요즘 같은 날씨에 온 몸이 피곤에 지쳐 집에 들어오면 숟가락 놓자마자 곯아 떨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그 맛을 잊을까? 문제는 더위다. 사랑도 좋지만 36.5도짜리 난로를 껴안고 뒹군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살 닿는 감촉마저 불쾌 지수로 이어지면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젊었을 땐 땡볕을 걸으면서 팔짱을 끼어도 불쾌하기는커녕 끈적거리는 땀 냄새까지 좋았는데…….

젊음의 열기가 삼복 더위를 압도할 시절에야 몸이 용광로인데 오뉴월 땡볕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인남녀 대상의 한 조사에서 '한여름 섹스는 피하고 싶다'란 대답이 전체 응답의 49%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제는 남자와 여자 간에 속내가 확연히 다르다는 데 있다. 남자는 더위에 축 늘어져서 '삼복에 섹스는 아예 싫다'는 데 반해 여자는 '여름 섹스는 좋지만 끈적끈적한 것은 싫다'는 반응이다. 왜 남자는 여름에 약할까?

남성의 성기는 주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리 구조다. 여름에는 정자 수도 적어지고 정력도 눈에 띄게 쇠약해진다. 반면 여성의 경우 여름이 오면 배란기가 다른 계절에 비해 앞당겨질 정도로 성(性) 기능과 욕구가 강해진다. 여자는 이런데 평소에도 큰 만족을 못 줘 온 남자가 여름 내내 맥을 못 추게 되면 애정 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중년의 성력은 조금만 발휘하지 않아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빨리 퇴화한다.

휴일 후의 출근이 힘들 듯 한여름을 쉬고 나면 가을에 재가동하는 데 힘들 뿐만 아니라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을도 가을이지만 당장 여름 한 철 굶어야 하는 여자는 무슨 죄인인가? 여자는 생리적으로 여름에 더 동하는데…….

여름의 섹스 임밸런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무엇보다 남성을 차갑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 남성들이 전 세계에서 정력제를 제일 많이 찾는 이유는 온돌방 문화에서 자라나는 동안 침대 문화권 남성들에 비해 정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고환은 차가워야 성 기능이 좋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성기의 크기에만 관심을 갖지 고환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환이 남성의 발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도 말이다.

고환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체온보다 2~3도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정자 생산이나 호르몬 생성이 활발하다. 더운 날씨에 꽉 끼는 삼각 팬티를 입는 것은 고환을 삶아 버리는 짓이다. 고환이 더워지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게 되고,이는 성욕 감퇴나 발기 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복 섹스를 즐기려면 팬티를 벗어 버리는 것도 좋다. 그게 힘들면 헐렁한 사각 팬티가 좋고 잘 때는 '노 팬티'를 권한다. 남자가 쑥스러워하면 공평하게 남녀 둘 다 벗어라. 찬물 샤워를 같이 하면서 그 분위기를 섹스로 이어가는 것도 좋다.

여름은 장난기가 동하는 계절이다. 찬물 샤워를 한 다음 물기를 하나도 닦지 않은 채 침대로 가는 것도 시도해 보라. 그리고 여자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남자의 고환을 마사지해 줘 보라.

"앗 차가워."

순간 화를 내는 척하겠지만 이내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자극에 성감이 불처럼 일어나면서 얼음을 녹일 것이다.

자기 몸도 귀찮아지는 무더운 여름밤!

계절에 순응해서 섹스 휴지기를 보내는 커플과 얼음 몇 조각의 이벤트로 '삼복 섹스'를 즐기는 커플은 가을에 거둬들이는 사랑의 수확이 천양지차일 것이다.

여름 휴지기가 길어지면서 '섹스리스 커플'이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여름의 열기를 가을로 겨울로 이어가면서 20~30대의 정념을 되찾는 중년도 있다.

귀하는 어느 길을 가고 싶나요?

오늘 밤 당장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보라. 그것도 힘들면 소싯적 귀여운 짓(?)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