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의 세계음식 맛보기] 日 오시마 아키코 여사 '지라시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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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또 화려한 '日流의 맛'
부모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하는 자식은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는 승려와 같다.
그 이유는 뭘까.
답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이 수수께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의무와 위치를 숙명처럼 받드는 일본인을 묘사했다.
그러나 일본인에게는 언제나 '하지만 또한'이라는 전환 접속사를 필요로 하는 이중성이 있다.
베네딕트는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탐미적이면서도 사무라이 정신을 가진 그들을 '국화와 칼' 같다고 했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이보다 정확한 묘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인을 대할 때 반세기 만에 재회한 형제에게서 놀랍도록 달라진 모습을 볼 때와 같은 이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또 그렇게 다르다.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만난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의 부인 오시마 아키코 여사는 일본 음식의 특징에 대해 "재료를 뒤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음 물에 갠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서 각 재료의 결이 보이게 하는 뎀뿌라가 그렇고,조심스럽게 재료를 하나씩 얹어 내는 스시가 그렇고,새우 시금치 어묵을 따로 데쳐서 국물에 담는 맑은 국이 그렇다.
그래야 각 재료의 맛과 형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이웃과 복작복작 엉켜 살면서 약간의 무례를 주고받을 때 친근감을 느끼는 한국인과 예의와 긴장을 조심스럽게 유지하는 일본인들의 차이가 음식에서도 드러난다.
대사 부인이 꼽은 일본 요리의 또 다른 특징은 차림과 계절색이다.
특히 손님 접대용 차림에서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차릴 때는 적어도 5~8개의 다양한 접시를 꺼내 '풍경화를 그리듯' 조금씩 담는다"고 했다.
심리 치료사인 그녀는 일본인들의 깔끔함 또는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숱한 내전을 겪으면서 좁은 공간에 여럿이 모여 살았던 역사를 지적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못 본 척,옆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안 들리는 척하며 자기만의 가상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는 것이다.
친절한 매너와 솔직한 말투를 겸비한 그녀는 이런 일본인들의 성향이 "이웃나라엔 차갑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오시마 여사가 소개한 일본의 대표 요리는 일본 엄마들이 아이들 생일 때나 소풍 갈 때 즐겨 만드는 지라시 스시다.
초밥용 밥인 스시메시 위에 야채와 생선을 뿌리듯(지라시) 얹는다.
간사이(關西) 지방에선 고명을 채로 썰거나 잘게 다져 곱게 부순 김과 함께 올리는 반면 간토(關東) 지방에선 스시메시 위에 달콤짭짤하게 조린 표고버섯,식초에 재운 전어나 참치,식초 설탕물에 재운 보리새우,박고지,당근,죽순,어묵,완두,붉은 생강 등을 모양을 살려 얹는 것이 다르다.
오시마 여사는 "간토의 지라시 스시는 바람에 날려 한 곳에 모인 색색의 낙엽 같다고 해서 후키요세즈시(吹き寄せずし)라고도 한다"고 소개하고 "스시메시를 만들 땐 부채질을 하면서 섞어야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밥알이 살아 있다"고 조언했다.
www.hankyung.com/community/kedcool
◈스시메시
①쌀 5컵,물 5컵,다시마 1장(10cmX10cm),미림 1/4컵을 넣고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②식초 1/2컵,설탕 5큰술(50g),소금 1과 1/3큰술(20g)을 은근한 불에서 녹여 배합초를 만들고 밥에 나무 주걱으로 흘리듯 뿌려 준다.
③덩어리 없이 고루 풀어 주면서 끈기가 생기지 않게 가볍게 밥을 섞는다.
◈고명
박고지 15g(다시물 2컵,설탕 2큰술,간장 1큰술)=넉넉한 양의 소금으로 박박 주물러 물에 잘 씻어 끓는 물에 넣고 1~2분간 데친 후 소쿠리에 건졌다가 잘게 다진다.
다시마와 가다랭이 포를 우려낸 다시 국물에 양념을 넣어 끓으면 박고지를 넣고 중불에서 5~6분간 조린다.
# 구운장어 100g(미림 1과 1/2큰술,청주 2큰술,물 3큰술,간장 1과 1/2큰술)=국물이 3분의 1이 될 때까지 은근한 불에 조린다.
# 마른 표고버섯 6장(미림 1과 1/2큰술,설탕 3큰술,간장 1과 1/2큰술)=기본 국물에 간장 미림 청주 등을 넣은 스케시루를 바특하게 붓고 양념을 넣어 은근한 불로 국물이 거의 졸아들 때까지 볶듯이 조린 후 식혀서 잘게 다진다.
# 연근 3cm=약 30초간 데친 후 물 식초 설탕을 7 대 2 대 1로 섞은 아마즈에 재운다.
# 보리새우 10마리=소금물에 데친 후 껍질을 벗겨 아마즈에 재운다.
# 계란 2개(소금 약간,설탕 1/2작은술)=얇게 부친 지단을 식힌 후 가늘게 채 썬다.
◈스시메시에 박고지와 표고버섯을 넣고 얼른 섞어 그릇에 담는다.
그 위에 채 썬 지단을 깔고 장어,새우,연근,강낭콩,연어알,생강 초절임을 보기 좋게 얹는다.
부모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하는 자식은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는 승려와 같다.
그 이유는 뭘까.
답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이 수수께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의무와 위치를 숙명처럼 받드는 일본인을 묘사했다.
그러나 일본인에게는 언제나 '하지만 또한'이라는 전환 접속사를 필요로 하는 이중성이 있다.
베네딕트는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고,탐미적이면서도 사무라이 정신을 가진 그들을 '국화와 칼' 같다고 했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이보다 정확한 묘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인을 대할 때 반세기 만에 재회한 형제에게서 놀랍도록 달라진 모습을 볼 때와 같은 이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또 그렇게 다르다.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만난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의 부인 오시마 아키코 여사는 일본 음식의 특징에 대해 "재료를 뒤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음 물에 갠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서 각 재료의 결이 보이게 하는 뎀뿌라가 그렇고,조심스럽게 재료를 하나씩 얹어 내는 스시가 그렇고,새우 시금치 어묵을 따로 데쳐서 국물에 담는 맑은 국이 그렇다.
그래야 각 재료의 맛과 형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이웃과 복작복작 엉켜 살면서 약간의 무례를 주고받을 때 친근감을 느끼는 한국인과 예의와 긴장을 조심스럽게 유지하는 일본인들의 차이가 음식에서도 드러난다.
대사 부인이 꼽은 일본 요리의 또 다른 특징은 차림과 계절색이다.
특히 손님 접대용 차림에서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차릴 때는 적어도 5~8개의 다양한 접시를 꺼내 '풍경화를 그리듯' 조금씩 담는다"고 했다.
심리 치료사인 그녀는 일본인들의 깔끔함 또는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숱한 내전을 겪으면서 좁은 공간에 여럿이 모여 살았던 역사를 지적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못 본 척,옆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안 들리는 척하며 자기만의 가상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는 것이다.
친절한 매너와 솔직한 말투를 겸비한 그녀는 이런 일본인들의 성향이 "이웃나라엔 차갑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오시마 여사가 소개한 일본의 대표 요리는 일본 엄마들이 아이들 생일 때나 소풍 갈 때 즐겨 만드는 지라시 스시다.
초밥용 밥인 스시메시 위에 야채와 생선을 뿌리듯(지라시) 얹는다.
간사이(關西) 지방에선 고명을 채로 썰거나 잘게 다져 곱게 부순 김과 함께 올리는 반면 간토(關東) 지방에선 스시메시 위에 달콤짭짤하게 조린 표고버섯,식초에 재운 전어나 참치,식초 설탕물에 재운 보리새우,박고지,당근,죽순,어묵,완두,붉은 생강 등을 모양을 살려 얹는 것이 다르다.
오시마 여사는 "간토의 지라시 스시는 바람에 날려 한 곳에 모인 색색의 낙엽 같다고 해서 후키요세즈시(吹き寄せずし)라고도 한다"고 소개하고 "스시메시를 만들 땐 부채질을 하면서 섞어야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밥알이 살아 있다"고 조언했다.
www.hankyung.com/community/kedcool
◈스시메시
①쌀 5컵,물 5컵,다시마 1장(10cmX10cm),미림 1/4컵을 넣고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②식초 1/2컵,설탕 5큰술(50g),소금 1과 1/3큰술(20g)을 은근한 불에서 녹여 배합초를 만들고 밥에 나무 주걱으로 흘리듯 뿌려 준다.
③덩어리 없이 고루 풀어 주면서 끈기가 생기지 않게 가볍게 밥을 섞는다.
◈고명
박고지 15g(다시물 2컵,설탕 2큰술,간장 1큰술)=넉넉한 양의 소금으로 박박 주물러 물에 잘 씻어 끓는 물에 넣고 1~2분간 데친 후 소쿠리에 건졌다가 잘게 다진다.
다시마와 가다랭이 포를 우려낸 다시 국물에 양념을 넣어 끓으면 박고지를 넣고 중불에서 5~6분간 조린다.
# 구운장어 100g(미림 1과 1/2큰술,청주 2큰술,물 3큰술,간장 1과 1/2큰술)=국물이 3분의 1이 될 때까지 은근한 불에 조린다.
# 마른 표고버섯 6장(미림 1과 1/2큰술,설탕 3큰술,간장 1과 1/2큰술)=기본 국물에 간장 미림 청주 등을 넣은 스케시루를 바특하게 붓고 양념을 넣어 은근한 불로 국물이 거의 졸아들 때까지 볶듯이 조린 후 식혀서 잘게 다진다.
# 연근 3cm=약 30초간 데친 후 물 식초 설탕을 7 대 2 대 1로 섞은 아마즈에 재운다.
# 보리새우 10마리=소금물에 데친 후 껍질을 벗겨 아마즈에 재운다.
# 계란 2개(소금 약간,설탕 1/2작은술)=얇게 부친 지단을 식힌 후 가늘게 채 썬다.
◈스시메시에 박고지와 표고버섯을 넣고 얼른 섞어 그릇에 담는다.
그 위에 채 썬 지단을 깔고 장어,새우,연근,강낭콩,연어알,생강 초절임을 보기 좋게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