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7시30분을 기해 호우경보가 발령된 고양, 김포 등 경기북부지역에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등 물난리를 겪었다.

이날 0시부터 오후 3시 현재까지 내린 비의 양은 고양 375㎜, 의정부 277㎜, 파주 238㎜, 남양주 234㎜, 포천 232㎜, 양주 224㎜, 김포 196㎜ 등 도내 평균 128.1㎜를 기록했다.

특히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지역에는 오전 7시29분부터 1시간동안 무려 103㎜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도시기능이 마비될 정도였다.

◇도로.철로 침수

이날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철도와 도로, 지하철역 등 수십곳이 침수, 곳곳에서 차량통행이 금지돼 극심한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오전 7시30분께 서울∼고양을 잇는 경의선의 일산역∼백마역 사이 선로와 함께 곧바로 일산역이 침수됐고 오전 8시45분께 지하철 3호선 전철 정발산역과 백석역의 역사와 선로 일부 구간이 잇따라 물에 잠겼다.

비슷한 시각 화물을 운송하는 교외선의 원능역 부근 노반 3m 가량이 유실되면서 역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특히 이날 오후 1시께 고양시 대장천 신평배수펌프장 주변 둑 일부가 유실되면서 지하철 3호선 대곡역∼화정역 지하 구간 1㎞ 가량이 침수됐다.

이와 함께 오전 10시를 기해 동두천시 상봉암동 자동차 전용도로가 침수로 인해 차량 운행이 전면통제됐고 의정부시 흥천지하차도와 호원동 철도횡단차도, 김포시 전호리 지하차도 등도 각각 침수됐다.

또 오전 10시15분께 남양주시 경춘선 평내∼마석 구간 선로 10여m에 토사가 유입돼 한때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긴급복구로 45분만에 통행이 재개됐다.

이밖에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일부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통제되고 있고 서구 백석고가도로 밑 도로 5구간과 인천지하철 계양역 앞 도로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교통대란

집중호우로 도로와 철길이 모두 끊긴 고양시는 이른 아침부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의선과 지하철 3호선을 이용, 서울로 출근하려던 시민들이 열차 운행 중단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몰렸으나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침수되면서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일산신도시 호수로, 중앙로, 백마로 등 시내 도로는 물론 자유로 등 고양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대부분의 도로가 어른 정강이 높이까지 물이 차 오르면서 차량이 서로 뒤엉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모했다.

고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48.고양시 고양동)씨는 "오전 7시30분께 승용차로 출근길에 나섰으나 평소 10여분 걸리는 자유로연결 IC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이상 소요됐다"며 "서울 강남에 있는 사무실을 4시간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주택 및 농경지 침수

이날 고양과 김포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고양시 백사동, 성사동, 주교동 일대 주택 889가구, 김포시 신곡면 80가구, 파주시 교하면 야당리 2가구 등 모두 971가구가 침수됐으며 72가구 17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인근 동사무소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또 김포시 113㏊, 고양시 150㏊, 남양주시 65㏊, 양주시 10㏊, 구리시 2㏊ 등 모두 340㏊의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구리시 인창동 구리초등학교 부근 배수로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인근 음식점 마당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인천시 서구와 계양구 일대 13가구와 공사장 2곳, 상가 한 곳, 공장 한 곳이 지하 위주로 침수됐다.

◇복구상황

도로 대부분이 침수피해를 입은 고양시는 배수펌프장 13곳을 모두 가동, 물을 퍼내고 있고 이재민들에게 식수와 모포 등을 공급하는 등 구호에 나섰다.

특히 침수된 정발산역에서는 소방관과 지하철 공사 직원들이 긴급 투입돼 물빼기 작업에 나서 오후 3시 현재 역사와 선로의 물을 대부분 빼냈다.

또 오후 1시께 침수피해를 입은 대곡∼화정역 구간에도 공무원 등 300여명과 양수기 30여대를 동원해 무너진 둑을 막고 전철 지하 구간의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물빼기 작업을 마친다해도 후속 복구작업을 벌여야하기 때문에 전철운행은 13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퇴근길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

의정부시는 이날 오전 한때 중랑천 수위가 3m까지 올라 범람 위기에 놓이자 호원.장앙동 등 5곳에 인근 계곡 등에서 토사가 유출될 것을 대비해 굴착기를 배치했으며 의정부1동, 3동, 장암동, 신곡동 등 배수펌프장 4곳을 가동시켜 중랑천 물을 하류로 흘러보내고 있다.

경기도 재해대책본부는 고양에 190대, 김포에 20대 등 모두 210대의 양수기를 긴급 지원, 물빼기 작업을 돕고 있다.

또 전 공무원에게 호우경보 발령에 따른 비상근무를 명령한 가운데 선박 1천204척을 대피시키고 공사장 등 재난취약지역 280곳을 점검했으며 하천둔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모두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켰다.

한강수력발전처는 장맛비로 북한강 수계 댐 유입 수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 이날 오전 11시부터 팔당댐 수문(전체 15개, 폭 5.75m) 7개를 2m 가량씩 모두 17.5m 높이로 개방, 수위조절에 나섰다.

한강수력발전처는 "팔당댐에서 초당 4천827t의 물을 방류하고 있으며, 강우량 추이로 봐 더 이상의 수문을 열지 않아도 수위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수원.인천연합뉴스) 강창구 안용수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