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방송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이민규씨(21).

그는 희귀한 가수왕이다.

바로 인터넷 가수왕.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 4월10일부터 2개월 동안 주최한 '싸이월드 송 페스티벌'에서 무려 6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초대 인터넷 가수왕'이 됐다.

인터넷 가수왕이 일반 노래자랑 가수왕과 다른 점은 네티즌들이 심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네티즌들이 싸이월드 '송 페스티벌 페이지'에 올라온 참가자의 음악을 들은 뒤 별점과 리플을 통해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해서 그는 최종 결승에서 4명의 다른 실력자를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정식 앨범 출시를 위해 최근 음악녹음도 마쳤다.

평소 꿈꾸던 가수의 길을 인터넷으로 이룬 셈이다.

그가 인터넷 가수가 된 것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어느날 밤 친구들과 집 근처 노래방에 갔다가 페스티벌 광고를 본 것.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던 그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즉석에서 애창곡 하나를 불러 바로 녹음해 응모했다.

노래방에서 녹음해 인터넷으로 싸이월드에 올리는 이색 노래자랑이었던 것.

"고등학교 재학시절 록밴드에서 보컬을 맡으면서 몇 번 대회에 나간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큰 대회에 출전한 것은 처음입니다." 페스티벌은 대회가 열린 두 달간 일주일마다 네티즌들이 1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뽑힌 주 장원을 심사위원 5명이 2차로 심사했다.

이 새로운 방식의 노래대회는 여느 콘테스트와 달리 실시간으로 네티즌 반응 등을 볼 수 있는 게 특징.네티즌들은 마음에 드는 노래에 투표하고 즉석에서 댓글을 달았다.

별점과 댓글이 많을수록 점수도 높아진다.

"제 노래에 달린 댓글을 읽느라 매일 한 시간씩 인터넷을 했어요.

간혹 악플(안좋은 리플)이 달리면 그 네티즌의 미니홈피까지 찾아가 보기도 했죠."

네티즌의 반응은 '신선하다'로 모아졌다.

전문 심사위원의 생각도 비슷했다.

가수 휘성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심사위원 곽영준 프로듀서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원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데 반해 이씨는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과 창법으로 소화했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60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상을 탄 사실을 알았을 때 이씨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을 때보다 100배는 더 기뻤어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우연히 참가했지만 떨어지면 창피해서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주위에 참가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약 스타가 된 이씨는 얼마 전 금영노래방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싱글앨범의 창작곡 녹음을 마쳤다.

본인이 직접 가사를 썼다.

타이틀곡 제목은 'Loved-holic'. '일상은 시간이 멎은 듯 다 그대론데 언젠가 웃는 법도 잊게 됐는지 혹시나 우리 마주칠까 거울만 찾게 되죠….'

아마추어 솜씨치고 제법이다.

심혈을 기울이느라 가사 쓰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실용음악을 공부하면서 열 곡 정도 습작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노래를 만든 건 처음이에요." 디지털 음반은 7월 중순부터 싸이월드 뮤직을 통해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씨는 요즘 금영노래방 계열사인 에이온미디어에서 하루에 다섯 시간씩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윤준식 에이온미디어 차장은 "아직 정식 계약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내년쯤 공식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티즌이 직접 뽑은 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부담이 되진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 같아요. 참,잠실노래방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대학친구(조영배·21) 말이 재미있다.

"앞으로 민규 보기 힘들어지면 어떻게 하죠."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