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나투라 고갯길이 있다.

히말라야 산맥을 가로지르는 해발 4545m의 이 통로는 고대 실크로드의 하나로,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을 통해 식량과 생필품의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62년 양국간 국경 분쟁으로 인한 무력충돌 직후 폐쇄됐었다.

이 통로가 지난 6일 44년 만에 다시 열리면서 옛 실크로드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철조망을 걷은 그날부터 중국의 인근 야둥현에 국경 무역 시장이 개설됐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시장에 원저우 상인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것.'시장이 있는 곳에 원저우인이 있고,원저우인이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긴다'는 속설을 이번에도 입증시킨 셈이다.

티베트의 성도(省都)인 라싸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원저우 상인 린종난.지난 5월 국경 재개통 소식을 접하자마자 12시간 차를 타고 나투라까지 달려가는 기민함을 보인 덕에 국경 무역시장에 점포 하나를 임대했다.

그는 이곳에서 원저우산 단추와 섬유를 팔 계획이다.

원저우 상인 특유의 끈끈한 거미줄 네트워크도 작용했다.

현지에 살고 있는 고향 사람 수십명이 그에게 도움을 준 것.특히 원저우 상인들은 임대를 통해 야둥현의 창고를 대부분 확보했다.

창고 수요 급증을 내다보고 선점해버린 것이다.

또 라싸에는 티베트 최대규모가 될 '원저우 상품 시장'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11월 문을 열 이 시장에는 1000여개 점포가 들어설 예정으로 모두 중·인도간 국경 무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중국언론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유대인으로 통하는 원저우 상인들의 발빠른 행보는 최근 불고 있는 중국 변경지역의 경제개발 붐이 한국기업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부의 신장자치구와 카자흐스탄,헤이룽장성의 수이펀허시와 러시아의 포그라니츠 사이에도 자유무역구역 건설이 진행중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당분간 탄력이 떨어지겠지만 지린성의 훈춘시가 북·중 및 중·러 접경지대에 추진중인 '동북아 국제자유무역지대'프로젝트도 관심을 둘 만하다.

낙후된 변경 지역을 살리는데 주력하는 중국의 균형발전 전략을 읽으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