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5번째 주식부자로 개인자산이 6888억원(지난 1월20일 기준,포브스코리아 집계)에 이르는 대교그룹의 강영중 회장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교그룹 본사와 뚝 떨어진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

사무실 규모는 40여평으로 강 회장의 이름 값에 비해 터무니 없이 좁다.

직원도 한국인과 외국인 비서 달랑 두명이다.

회장이 그룹 내에 있으면 전문경영인들이 회장의 눈치를 살피게 돼 '책임경영'을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본인이 '셋방살이'를 고집한 결과다.

강 회장은 '섬'과 같은 역삼동 사무실에서 대교그룹 경영구상을 한다.

임기가 제한돼 있는 전문경영인들은 매일 이뤄지는 당면사안에 관한 판단이 빠른 반면 조급하고 근시안적이어서 장기적인 경영방식을 구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강 회장의 지론이다.

2004년 회장직으로 물러난 이후 실무적인 결정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일임했지만 대교그룹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강 회장의 몫이다.

대교그룹이 올해로 '뜻을 확고하게 세운다'는 이립(而立·30세)을 맞았다.

30주년을 기해 교육기업에서 환경 오락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새로운 비전도 선포했다.

대교그룹을 이끌고 있는 강 회장에게 대교그룹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국내 교육분야에서 최대기업인 대교가 창립 30주년이 됐다.

30년 동안 사업을 이끌어 오면서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1975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5세의 나이로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원생 3명의 과외방에서 시작했다.

1976년 일본의 구몬수학과 연계해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만들면서 교육사업이 본격화됐다.

구몬의 콘텐츠를 한국식으로 가공한 후 그룹과외 형태로 운영했다.

가까스로 사업이 안정될 무렵에는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두 달 동안 과외방의 문을 닫고 전전긍긍하다 '학생들이 과외방에 오지 못한다면 내가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때부터 문제지를 회원에 먼저 배달한 뒤 교사가 회원을 방문해 지도하는 가정방문식 학습지 사업이 시작됐다.

두 번째 위기는 공문수학이 날로 성장하자 일본 구몬수학은 '공문'이라는 이름 대신 일본식 발음인 '구몬'을 쓰고 로열티를 올려 달라고 압박을 가했다.

10년 브랜드를 포기하기로 하고 대교 '눈높이'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누구나 말리는 선택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잘한 것 같다.

이 두가지 일이 없었다면 현재의 220만 회원을 두고 있는 교육기업 대교는 없었을 것이다.

모두 화(禍)가 닥칠 때를 잘 이용하면 기회가 오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웠다."

-대교가 줄곳 학습지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학습지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한 사람이 전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수리분야와 어문분야 교사를 나눠 다른 직무교육을 시키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과 전문교육도 자주시킨다.

이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교그룹이 교육이 아닌 분야에서 신사업을 연달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기업이라는 것은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가 달라지면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교육분야는 점차 집단교육에서 맞춤형 교육으로,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교의 경우 30년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주 타깃인 초등학교 외에 중·고교생과 성인을 위한 콘텐츠도 생산할 수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목고 입시사업,연세대와 벌이고 있는 MBA과정 사업 등이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시험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향후 교육의 온라인화에도 투자를 벌일 생각이다.

환경사업,엔터테인먼트 사업 등도 기존의 교육사업과 함께 벌일 경우 충분히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을 어느 정도 선까지 확장할 것인가.

"전문경영인들이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해서 그렇지 내가 직접 회사를 경영했다면 회사의 덩치를 더 빨리 키웠을 것이다.

대교그룹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자산만 4000억원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망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그룹의 덩치를 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부가 '방과후 학교' 등 주요 교육정책에서 교육기업을 배제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가 달라진 것을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정부가 공교육에 신경을 써도 조기유학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사교육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공교육은 교육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은 읽기 쓰기 등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치는데 주력하고 사회교육은 전문적인 영역과 관련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원수업을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개념인 '방과후 학교'에서 교육기업을 제외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대교는 미국에 있는 학교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현지의 반응이 무척 좋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흑백논리로 좋고 나쁜 것으로 규정하면 교육에 발전이 없다."

-배드민턴과의 인연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배드민턴 셔틀콕의 순간속도는 골프공 야구공보다 훨씬 빠른 300km 이상이다.

생각보다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운동이다.

채와 셔틀콕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이 좋아 기업을 경영하면서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지원해왔다.

2003년 7월에 대한배드민턴협회장으로 취임하게 됐고 2005년 5월 이후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IBF)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