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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데스크] 월드컵은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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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을 축구열기로 들뜨게 했던 독일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세계 32개국에서 출전한 최고의 선수들이 연출해낸 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 열기에서 해방됐다.

    한 달 동안의 월드컵 기간 중 살판났던 사람은 '백수'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오후 6시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치는 이승엽을 보고,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컨디션 조절해가면서 월드컵 축구를 느긋하게 즐긴다.

    축구경기가 끝나면 아침식사를 한 후 푹 자고 나서 오후 6시부터 다시 이승엽 야구를 보는 것을 반복하면서 '알차게' 지냈다고 한다.

    어디 '백수'뿐이겠는가.

    월드컵 개막 전부터 점화된 열기는 한국이 16강전에서 탈락할 때까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 선수는 물론이고 웬만한 외국 선수들의 경력을 뚜르르 꿰는 열혈 축구팬에서부터 오프사이드가 뭔지도 잘 모르는 맹목적 응원단까지 축구에 열광했다.

    경기는 한밤에 벌어지는데 오전부터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장소에 자리를 잡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 휴교를 하는 학교까지 생겼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려를 비롯해 경기 하강 논란,외국어고 파동 등 굵직한 뉴스들이 모두 축구열기에 묻혀 수면 아래로 잠적했다.

    누가 봐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가질 만한 현상이었다.

    거리응원이 이처럼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으나 아직은 우리 사회의 한 흐름을 규정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기보다는 일과성 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좀 거창하게 말한다면 '애국으로 포장된 집단 유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비교해 참신성과 자발성이 현격하게 떨어진 것만 봐도 그렇다.

    당시에는 서울에서만 연인원 1000만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모였으나 폭력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집계했다.

    이에 비해 이번 월드컵에서는 인위적으로 인원을 모은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10여명의 거리응원단이 토고전 응원인파에 밀린 임산부의 배에 얼굴을 대고 '대한민국'을 연호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응원에 동참하지 않는 운전자를 위협한 사례도 보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도한 열기가 광기의 수준에 도달했다거나 파시즘의 경계에 왔다는 비판적 의견도 나왔다.

    좋건,싫건 거리응원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회현상의 하나로 반복되고 있다.

    또 여전히 한국인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징표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를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유도하는 긍정적 에너지로 확대 재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보수 진보,지연 학연,코드 파벌 등으로 워낙 심하게 갈라져 있기 때문에 해보는 소리다.

    어떤 면에서는 온 국민이 같은 편에서 웃고,울고 할 기회가 얼마나 없었으면 축구와 애국이 연결되면서 집단응원의 형태로 나타나게 됐는가 하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축구에 의해 촉발된 이 열기는 배타적 담론들로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도 있다.

    이제 월드컵은 끝났다.

    그러나 월드컵은 거리응원이란 독특한 모습을 통해 축구와 전혀 다른 차원의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놓았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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