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5~10년 후 자녀의 학자금 마련이 목표라면,또는 20~30년 후 은퇴 노후자금 마련이 목표라면 돈을 어디에 묻어두는 게 좋을까.

보통은 우량주에 장기투자하거나 아니면 펀드에 묻어두는 걸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배재규 삼성투신 인덱스운용부장(45)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바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우량주나 펀드에 묻어두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오른다는 확신이 들면 지수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한 투자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배 부장에게는 'ETF 전도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2002년 국내에 ETF 상품 도입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ETF는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의 일종이지만 펀드와 달리 증권시장에서 개별 종목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는 코덱스200,반도체업종지수를 추종하는 코덱스반도체 등 13개 ETF 종목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배 부장은 "ETF는 펀드와 주식투자의 장점만을 절묘하게 결합한 최적의 상품인데도 아직까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ETF 투자가 개별 펀드보다 나은 이유를 몇가지 제시했다. 먼저 통계적으로 봤을 때 선진국에서도 펀드매니저의 1년간 펀드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초과할 확률은 30%다. 다시 말해 1년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웃도는 펀드매니저는 10명 중 3명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같은 펀드매니저가 2년 연속 시장평균을 웃돌 확률은 10%로 줄어든다. 3년 연속으로 따지면 불과 1%에 그친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라 할지라도 장기투자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따라가기는 결고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매매수수료와 운용보수를 제외하면 시장평균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조차 어렵죠."

여기에다 ETF 투자는 펀드와 달리 △환매시 수수료 부담도 없고 △종목처럼 투자자가 시장에서 직접 사고팔기 때문에 원하는 즉시 환매가 가능하며 △매매 거래세도 면제되고 △1년에 두번씩 배당도 받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배 부장은 이어 "ETF를 사면 우량주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반도체ETF인 코덱스반도체를 사면 1주(7일 종가 9030원)만 매입하더라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테크윈 등 지수에 편입된 20개 종목에 동시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ETF 투자는 개별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보다도 성과가 좋다는 게 과거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ETF가 도입된 2002년 10월14일 당시 시가총액 상위 5위 안에 들었던 삼성전자 SK텔레콤 KT 국민은행 한국전력 각각에 투자했을 경우 2006년 6월 말 현재 수익률은 삼성전자가 109.4%,SK텔레콤이 -12.1%,KT가 -23.8%,국민은행이 86.6%,한국전력이 75.8%였다.

반면 같은 기간 대표적인 ETF종목인 코덱스200에 투자했으면 수익률이 149.9%로 단연 최고다. 이 같은 성과는 미국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3년8개월간 미국의 대표 ETF인 SPDR 투자수익률은 50.34%로 GE(35.36%) 월마트(-11.04%) 마이크로소프트(-5.46%) 등 대표기업들보다 높았다.

배 부장은 "ETF에 투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달 월급통장에서 일정 금액씩 떼어내 적립식 개념으로 ETF 종목을 조금씩 매수하는 것"이라며 "매달 20만∼30만원씩이라도 ETF 종목을 매입해 10년간 묻어두면 자녀 교육자금 마련 뿐 아니라 훌륭한 투자교육 수단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좀더 발빠른 투자자라면 ETF를 활용해 롱·숏과 같은 헤징(위험회피) 투자도 가능합니다. 가령 환율하락세가 가파르다면 피해업종인 반도체ETF를 거래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숏),상대적인 수혜업종인 은행ETF를 매수(롱)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면 시장 방향에 상관없이 항상 플러스 수익률을 낼 수도 있어요." 배 부장은 "ETF에 투자하는 게 온 국민이 부자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