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聖哲 <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 chungsc@stepi.re.kr >

북한의 미사일 소동은 우리국토 한켠에서 일어난 위험천만의 일로 한반도 뿐 아니라 인접(隣接)지역의 안보를 걱정케 하는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확대되어 온 다방면의 남북협력 사업에 영향을 미침은 물론 북한에 대한 남측 국민의 인식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과학기술이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인류사회 발전의 원천이다.

인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 등으로 구분하는 것도 바로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능력이 인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전쟁은 그 목적이나 동기를 불문하고 인류문화를 파괴하는 가장 불행한 조직적 폭력행위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한 것은 전쟁이다.

레이더,컴퓨터,액체연료 로켓,원자탄 뿐 아니라 페니실린이나 디디티조차도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오늘날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도 군사적 목적의 컴퓨터,통신,인터넷 기술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쟁은 이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壓倒)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는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지 않는다.

전쟁이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전쟁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국방체제의 기술집약화가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 혹은 전쟁 위협은 기술개발 압력을 가중시켜 정부의 첨단기술 개발 투자를 늘리게 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은 전술,전략 등 전쟁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과학기술과 전쟁의 상호의존은 더욱 강화된다.

미국은 이러한 과학기술 집약적 전쟁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대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또한 미국은 이들 군사기술을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로 연결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 전략을 통해 그 성과를 국민의 복지 증대 기반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예에서 처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 발전과 국민의 복지에 기여한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탓할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소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목적의 과학기술 개발과 여기서 파급되는 효과로 국민의 복지를 증대하기보다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의 정치화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