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7월 들어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자 대규모 휴가와 더불어 각종 대비책을 강구하는 등 여름나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경영 위기에 처한 일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휴가 기간에도 정상 업무를 볼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7월말 또는 8월초에 일제히 대규모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또한 자동차, 철강, 조선업을 포함한 대형 제조업체들은 이미 장마와 무더위를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는 등 손실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CEO "휴가갈 틈이 없다" = 올해 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분야의 CEO들은 올 여름 휴가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석방된 이후 줄곧 신촌세브란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별도의 휴가계획을 비롯한 향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경우 매년 8월에 개최되는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 참석해 왔다는 점에서 건강을 회복할 경우 휴가를 대신해 수련대회에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기아차의 정의선 사장과 조남홍 사장의 경우에는 그동안 미뤄진 업무현안과 노사협상 등을 챙기는데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기아차측은 전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의 글로벌리티 추진과 중국 비즈니스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예년처럼 별도 휴가 없이 지방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구본무 LG 회장은 7월말이나 8월초 일주일간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다고 그룹측은 밝혔지만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가 그 결과에 따라서는 '괴로운 여름'을 보낼 수도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 이기태 사장 또한 생산라인이 잠시 멈추는 기간에 휴가를 통해 심신을 추스를 것으로 알려졌다.

◇ "임직원 모두 휴가갑니다" =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의 특성상 여름휴가 기간 라인을 '올스톱'한다.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차,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모두는 오는 31일부터 8월4일까지 5일간 각 공장의 생산라인을 중단,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도 더위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7월말-8월초에 휴가를 집중할 계획이다.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구미, 수원사업장은 이달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생산라인을 잠시 멈추고 전체 휴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24시간 가동체제인 반도체, LCD 등을 생산하는 기흥, 탕정사업장은 7월과 8월 두 달을 집중휴가기간으로 설정, 교대로 휴가를 다녀온다.

국내 조선 빅3 또한 7월말부터 1주일동안 일제히 손을 놓고 휴무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8일 노조창립기념일을 기점으로 여름 휴가에 돌입해 8월 6일까지 10일 동안 쉴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전 직원들에게 휴가비 30만원을 지급해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거제조선소 전 직원들도 오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여름 휴가를 실시하며 휴가비 50만원을 일괄 지급한다.

또한 인근 거제도 죽림해수욕장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샤워장 시설을 제공한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디지털TV사업부, 휴대폰 사업부, 삼성중공업, 테크윈 등은 회사.사업부별로 지급되는 생산성격려금(PI) 지급을 위한 상반기 경영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음에 따라 최고 기본급의 15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받아 '기분좋은 휴가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과 삼성석유화학 등 'C' 등급을 받은 계열사 임직원들의 보너스는 최고 50%에 불과해 여름 휴가를 앞둔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무더위.장마 대책 '이상무' = 현대차는 공장 지붕의 온도가 섭씨 34도가 되면 지붕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해 공장 내외부의 온도를 낮추도록 했고, 평상시 10분인 주간 근무조의 휴식시간도 20분으로 늘렸다.

기아차 역시 오는 15일부터 8월말까지 공장 근무자 전원에게 아이스크림이나 드링크제를 제공하고 월 4회 점심시간에 삼계탕 등의 특식을 내놓음으로써 직원들의 여름나기를 도울 방침이다.

GM대우차는 최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현장은 물론 화장실에도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장치를 추가 설치하고, 상대적으로 더운 도장공장의 경우에는 환기구에 얼음을 넣어 전체 도장공장 온도를 낮추고 있다.

용광로가 설치된 탓에 고온 현장이 많은 포스코는 용광로를 비롯한 고온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지난 6월말 이미 얼음재킷과 함께 이동식 에어컨을 지급,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했다.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제강공장의 경우 한여름 작업현장의 온도는 55도까지 올라간다는 점에서 쇳물을 가장 가까이서 다루는 근무자의 교대 주기를 기존 30분에서 20분으로 줄였다.

또한 제강공장에 바깥 바람을 공장 내로 끌어들이는 설비와 함께 에어컨을 설치, 연주라인 근무자들이 교대를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 솔솔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더위를 잊을 수 있도록 했다.

옥외 작업이 대부분인 울산 현대중공업은 현장용 옥외 에어컨인 스폿냉방기 79대를 새로 설치해 현재 478대가 가동에 들어 갔으며, 대당 하루 400㎏의 얼음을 생산할 수 있는 제빙기 110대와 냉수기 600여대를 설치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노사 합의하에 혹서기를 오는 20일부터 8월20일까지(32일간)로 정해 이 기간 점심시간을 낮 12시-1시30분으로 30분 연장하고 삼계탕, 장어구이, 등 육류 위주의 특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장마를 대비해 삼성중공업은 태풍 '매미'가 거제도를 지나갈 때 풍속인 45㎧보다 10%가 강화된 50㎧를 기준풍속으로 해서 단계별 조치계획을 수립하고 선박계류방법 개선 및 하절기 안벽작업 선박배치 방법변경 등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