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숙원인 출자총액규제 폐지는 과연 이뤄질 것인가.

정부가 하반기 정책 개선 과제로 출총제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가운데 정부-재계-시민단체-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장경제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6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출총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장은 "오는 10월 말까지 출총제 폐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로 하고 밀도있는 논의를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총제 폐지 논의에 대한 재계의 분위기는 '기대 반,걱정 반'이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출총제 폐지 시점을 올 연말로 앞당겨줄 것을 정부에 주문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인 반응이다.

강 의장은 나아가 "출총제를 폐지하더라도 더 많은 기업규제 장치를 만들어 투자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재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계와 여당의 바람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사업지주회사 의제 △순환출자 규제 △일본식 업종수 제한 등을 제시한 뒤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병행·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틀 속에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태스크포스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출총제 규제의 존재 이유인 순환출자 폐해를 막기 위한 모든 대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나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정부가 엉뚱한 제도를 새로 들고나올 바에야 차라리 지금(출총제 존속)이 낫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혹 떼려다가 자칫 혹을 붙이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주요 그룹들의 경영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공정위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이나 순환출자구조 해체를 따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일정 한도 내에서 출자를 금지하는 규제와 지배구조 자체를 바꾸라는 규제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재계는 또 순환출자를 무조건 금기시하는 정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순환출자가 이뤄진 배경에는 계열사 간 합병,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사업 구조조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는데도 정부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장'이라는 단순 도식에 함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1987년 도입된 이후 잦은 정책 변경을 거치며 적용 예외조항 양산으로 누더기가 된 출총제가 올 연말에 아무런 부대조건 없이 소멸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에 출총제와 비슷한 주식보유총액제한제를 폐지했다.

조일훈·김동윤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