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보르도 와인 축제의 개막제가 열린 지난달 29일,행사장인 캥콩스(Quinconce) 광장 초입에 들어서자 '福岡(후쿠오카)'이란 붉은색 글씨가 커다랗게 박힌 부스 앞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중년 여성들이 입장객들을 반겼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는 감미로운 인사말과 함께.후쿠오카관 내부는 현(縣)을 대표하는 전통술과 과자 등을 맛보고 즉석에서 수입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방문객만 35만여명에 이르는 세계적인 와인 축제에,그것도 눈에 가장 쉽게 띄는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일본'과 맞닥뜨리는 심경은 묘했다.

파스칼 로리동 보르도와인협회 마케팅 담당은 "3회째부터 해외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아시아 국가의 도시와 결연을 맺은 것은 후쿠오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등 최근 들어 한국이 일본을 앞선 분야가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외식 산업에 관한 한 일본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개막식이 끝나고 보르도와인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모인 파티에서 스시는 '없어서 못 먹을 요리'였고,프랑스의 중소 도시에 불과한 보르도 시내에서 일본 요리 전문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임명주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 한국사무소장은 "상류층이라면 으레 젓가락질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프랑스에 퍼져 있다"며 "안타깝게도 젓가락질 대상 음식에서 한국 것은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알 김치'니 '학교 급식 파동'이니 해서 집안 단속조차 제대로 못하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었다.

해외 진출을 준비중인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거의 2년째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현지에서 한국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게 큰 걸림돌"이라며 "일본 외식 산업의 성공은 발달된 식자재 가공·유통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뒤진 수십년의 시간을 따라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한 국가의 문화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한다.

늦은 만큼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보르도(프랑스)=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