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판단과 통화정책의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한국은행의 하반기 경제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하반기 성장률이 4.4%로 상반기보다 둔화(鈍化)되겠지만 당초 예상대로 연간 5% 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이 같은 전망은 지난달 콜금리를 인상할 때 배경 설명으로 내 놓았던 성장기조 지속이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가적인 통화긴축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종 경기지표나 불확실한 요인들로 둘러싸인 대외여건을 생각하면 다소 낙관론에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동향에서 생산과 출하, 소비 등이 비교적 호조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재고지수 증가폭은 확대됐고, 투자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점은 향후 경기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특히 앞으로의 경기를 가늠하게 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넉 달째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기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단축되고 있는 추세여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소비자기대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각종 심리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인데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조정의 여파도 하반기 경제를 낙관(樂觀)하기 어렵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수출이 하반기에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은 위안이 되고 있지만 이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인플레를 우려한 금리인상 조치로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국제유가와 원자재값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經常收支) 적자로 인한 달러가치 추가 조정 위험도 상존하고 있는 등 대외여건은 한마디로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게다가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교역조건 악화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한 무역수지 흑자폭이 거의 절반으로 축소되는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확대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당초 전망(150억달러)의 3분의 1도 안되는 40억달러 내외에 그칠 것이란 예상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에 있어서 상반기보다 더 긴장감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대외여건과 경기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한편 경제활력 회복에 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