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를 비롯 기아차 GM대우차 STX조선 로템 등 13개사의 노조는 최근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앞으로의 노사관계와 노동현장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산별노조(産別勞組)의 폐해는 선진국들의 경험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로 참으로 걱정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산별노조 전환의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개별기업의 수익성이나 경영여건 등이 천차만별이며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합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면 잦은 파업(罷業)은 물론이고 파업의 장기화 등으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물론 중앙단위 교섭후 지역별·지부별 추가협상 등을 한다지만 그로 인한 기업부담의 증가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금속노조의 파업이 111건으로 전체 파업의 38%에 이르고 있고 또 다른 산별노조인 의료보건노조 파업까지 합치면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별노조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폐해를 경험한 유럽 등 선진국들이 개별노조로 환원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산별노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를 거울삼지 못하고 추종하는 꼴이다. 더구나 산별노조의 경우 기업 사정과 국가경제 상황은 무시한 채 노조가 상부조직의 힘을 빌려 정치 투쟁이나 사회이슈에 끼어들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인 근로자들에게도 득이 될 게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근로자복지향상을 위한 노동운동이 국가경제의 독(毒)으로 작용해 근로자 생활을 악화시키는 역작용으로 나타난다면 이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일 것이다.

산별노조의 확산이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게 틀림없다.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고 국가경제를 뒤흔드는 노동운동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조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노조는 투쟁 일변도나 조직의 생존 논리만을 염두에 둔 노동운동의 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산별노조 자체에 대해 노사는 물론 정책당국도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