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두려워 말고 즐기세요.

자주 마시다 보면 주식처럼 투자대상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애호가들의 출자로 와인펀드까지 조성되고 있지요." 국내 최초의 와인경매사 조정용씨(40)가 와인에세이 '올 댓 와인'(해냄)을 출간했다.

와인경매회사 아트옥션의 대표인 그는 잘나가는 은행원에서 이름도 낯선 와인경매사로 변신한 '별종'이다.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하나은행 안국동 지점 시절,즐비한 화랑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두 점씩 그림을 구입하다 급기야 가나아트갤러리가 세운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회사 수익 다변화를 위해 와인경매를 기획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경매장소로 삼았고 이후 국내 와인경매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최고의 와인경매사가 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와인도 "애인처럼 스킨십이 중요하다"며 "아는 척하는 사람 앞에서 기죽지 말고 자주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와인과 친해질 수 있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과도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와인을 즐길 좋은 문화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반주문화가 그것이죠.반주는 식사 속도를 늦춰주지요.

말이 없던 아버지도 반주 한잔에 무거운 입을 열지 않습니까? 반주는 고독한 식탁에 대화가 넘치게 하지요.

그러니 반주 메뉴에 그저 와인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또 "와인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게 아직 생소한 것 같지만 앞으로 와인산업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와인이 '문화'이자 '산업'인 것은 보르도 와인이 '블루칩'으로 불리는 이유를 봐도 알 수 있다.

"보르도 와인이 블루칩인 이유는 탁월한 숙성력 때문이죠.일반 와인은 금방 숙성되기 때문에 투자에 맞지 않지만 보르도 와인은 천천히 숙성하고 익을수록 맛도 좋아지므로 자연히 값이 비싸집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와인 가격이 쌀 때 미리 사두던 습관이 오늘날의 와인 투자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는 또 "와인을 통해 세계 어디든 그 생산지의 문화와 예술적 향기까지 음미할 수 있다"며 와인을 구두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