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350억원에 판 사나이 장병규(33). 이만하면 대동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 뺨치고도 남지 않을까. 신생 검색업체인 '첫눈'이 350억원에 국내 최대 검색업체인 NHN에 인수된 29일 관련업계에선 이 같은 우스개 소리가 퍼졌다.

'첫눈 팔았다'는 언론표현이 '대동강물 팔았다'는 말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 탓이었다.

하지만 장 사장이 '첫눈'을 판 과정을 보면 이 같은 비유는 꼭 우스개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시범 서비스만 하고 본격 서비스를 한번도 안한 1년짜리 검색업체를 NHN에 거액을 받고 팔았으니 관련 업계 사람들이 혀를 찰 만도 하다.

매입의사를 가진 구글과 NHN사이를 오가는 절묘한 줄타기로 몸값을 한껏 끌어올린 장 사장은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사출신 기술자다. 1997년 한국과학기술원대학원(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23세의 젊은 장병규는 자기보다 두 살 많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나성균(현 네오위즈 대표)을 만나 네오위즈를 공동 창립했다.

네오위즈는 처음에 '세이클럽'이라는 커뮤니티포털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네오위즈는 게임포털 게임서비스회사로 변신했다. 네오위즈는 장 사장의 기술과 나 사장의 경영수완이 조화를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네오위즈는 현재 게임업계 3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장 사장은 인터넷사업, 특히 검색사업에 진출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어처리실험과 관련해 석사학위와 박사과정을 했던 그에게는 자연스런 관심분야였다.

그의 꿈은 지난해 6월 검색업체 '첫눈'을 독자설립하면서 구체화됐다.

장 사장은 "첫눈을 설립할 때 실패할 것이 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기회가 생길 것으로 확신했고 열정도 있어 독립을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애착을 가진 첫눈을 판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장 사장은 "일본에서 검색서비스를 해본 NHN도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독자 생존의 한계를 느꼈다"며 "검색사업에 대한 꿈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큰 검색업체의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의 고민이 깊어갈 즈음 한국검색 시장에 진출하려는 구글과 구글진입을 막으려는 NHN이 경쟁하면서 모든 것이 해소됐다.

장 사장은 첫눈의 지분 9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매각으로 약 30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그는 "돈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장 사장은 이미 1000억원대의 자산가다.

회사는 매각됐지만 그는 당분간 첫눈의 대표이사로 계속 남는다.

첫눈 서비스도 지속할 방침이다. 첫눈과 함께 NHN에 내려앉은 장 사장. 검색업계는 그의 변신을 지켜보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