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회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화두다.

최근 미국의 최대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매가 110억달러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미국 경제계가 경악했다.

2002년 엔론의 초대형 회계조작 사건 이후 투명회계를 정착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온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크고 작은 회계부정 사건이 심심찮게 불거지곤 한다.

투명경영을 정착시킨 깨끗한 기업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갖가지 유혹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으로 변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한국 기업의 회계장부를 믿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명한 기업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한국회계학회는 올해로 6회째 투명회계기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대상은 KT와 CJ㈜,동서에 돌아갔다.

KT는 이사회 멤버 11명 중 8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감사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채워져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시 기능이 돋보이는 회사다.

CJ는 외부기관 감리에서 한 번도 지적을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투명한 기업문화를 자랑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동서는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전자결제시스템을 연결,주주와 회사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돋보인다.

투명회계는 회사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

조작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은 경쟁시장에서 발을 붙일 틈이 없다.

사회적인 인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회계장부를 덧칠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해주던 과거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주주의 권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회계의 투명성은 기업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투명회계는 어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사 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담당 실무자까지 정확한 회계처리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CEO는 투명회계 실태를 진단하고 전담기구를 설치해 운용하는 등 제도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전 직원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취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

최근에는 전자전표 전자결재 등을 통해 회계정보 처리의 프로세스를 시스템화,조작을 못하게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나 항상 법의 테두리 내에 있어야 한다.

투명회계는 기업의 정보를 남김 없이 공개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도록 하는 장치다.

투명회계는 윤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임직원 고객 투자자 국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뜻에서 윤리경영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윤순석 한국회계학회 회장은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40% 선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회계투명성 제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본 인프라의 하나로 봐야 한다"며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서라도 모든 기업이 투명회계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