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내부에 이상기류가 돌기 시작한 것은 10여일 전.6월 초 2명의 지방국세청장이 명예퇴직한 이후 지방청장 내정 인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지자 국세청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뭔가 사인이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27일 이주성 청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발표되자 국세청 관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만성적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는 게 이 청장이 밝힌 사임의 변이었지만 대부분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청장은 이날도 국회 재경위에 출석하는 등 국회 결산심사를 위해 빼곡한 일정을 잡아놓고 있었으며,부산청 광주청 등 지방청장을 비롯한 대규모 국장급 인사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특히 부산 출신으로 청와대와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들어온 이 청장은 올초 간부회의에서 "연말께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었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린 경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청장의 사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배적인 분석은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이 청장이 청와대와의 '코드 맞추기'를 지나치게 의식,부동산 문제 등에 과도하게 세금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 오히려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청장은 이와 관련,최근 사석에서 "책임있는 정부 부처의 공무원으로서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방선거 이후의 '참담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언론의 국세청장 교체설 보도가 그의 사퇴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권 내 부산 인맥의 퇴조에 따른 세력 간 힘겨루기에서 밀려났을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의 레이더망에 부적절한 처신이 포착됐다는 이야기도 했다.

후임 청장이 내부 발탁될 경우 전군표 국세청 차장(행시 20회)과 한상률 서울지방청장(행시 21회)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 차장이 낙점받을 경우 국세청의 후속 인사폭이 크지 않겠지만 한 서울청장이 올라설 경우 국세청의 관례상 부이사관급 이상 동기 10명이 모두 용퇴해야 할 것으로 보여 후속 인사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 청장의 전격 사임으로 지방청장 등 국장급 인사도 새로운 청장 휘하에서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광주청과 부산청장이 공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