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잇단 적신호 … 현장에선 이미 침체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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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비닐봉투 물수건 등 실물경기 동향의 간접 지표로 꼽히는 품목들의 판매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반면 주점,PC방,성인오락실 등 개인 서비스 업종 상인들이 장사가 안될 때 판촉용으로 뿌리는 일회용 라이터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나는 등 '바닥 경기'의 위축 조짐이 뚜렷해졌다.
싸늘해진 바닥 경기는 시장 인근 은행 지점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원단·부자재 거래 시장인 동대문종합시장은 한여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을·겨울 의류시장의 찬바람을 미리 맞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계획 생산을 시작한 추동 의류 발주량을 대폭 줄이면서 6월 단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평균 30~40%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캐주얼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는 패션업체와 거래하는 단추 판매상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단추 공급상들에 따르면 여성복에 들어가는 단추의 경우 꾸준히 팔리고 있는 반면,캐주얼 의류에 다는 액세서리형 단추는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장식성이 강한 특수 단추만을 주로 취급하는 S산업 오모 대표는 "경기를 많이 타는 캐주얼 브랜드들이 추동 상품 계획량을 줄이면서 액세서리형 단추 매출이 예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 정장용 단추도 판매량이 다소 줄었다.
이처럼 바닥을 치고 있는 '단추 경기'는 하반기 의류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를 예고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년째 부자재 공급상을 해온 김양운 동해상사 대표는 "옷의 종류에 구분 없이 단추가 들어가지 않는 옷은 거의 없다"며 "단추가 잘 안 팔린다는 것은 의류 업체들이 발주량을 줄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베스띠벨리,쿨하스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 신원의 노상욱 생산부장도 "경기를 많이 타는 캐주얼 복종의 추동 생산량을 예년보다 낮춰 잡고 있다"며 "패션업체들이 일제히 추동 의류 발주량을 줄이고 있는 것은 3~4개월 후의 경기를 안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반면 업소명과 전화번호를 새긴 판촉용 라이터는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미성상사 성원기획 등 주요 판촉물 전문 업체들은 이달 들어 유흥주점,PC방,성인게임장 등에서 대량으로 발주하는 판촉용 라이터 주문량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5~20% 늘었다고 전했다.
김성학 미성상사 대표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등에 몰려 있는 유흥주점들이 상반기에는 라이터를 돌리지 않다가 6월 들어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자 서둘러 판촉용 라이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성인게임장에서도 꼬박꼬박 판촉물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물량을 대느라 휴일도 반납했다"고 말했다.
D증권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술집 아가씨들이 거리에서 홍보용 라이터를 나눠 주는 것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얘기"라며 "유흥주점,나이트클럽,단란주점 등 이른바 '거품 업종(증시나 경기가 활황세일 때 특히 잘 되는 업종)'의 이 같은 매출 감소는 향후 소비재 경기 전반의 침체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올해 초 혹한과 설 명절 특수를 누리며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재래시장 경기도 '더블 딥(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 다시 침체에 접어드는 현상)'에 빠져드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남포장지,동대문시장의 현대비니루상사 등 대형 봉투 판매상들은 시장 경기의 추이를 보여주는 100ℓ들이 비닐봉투 판매량이 6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완식 한남포장지 대표는 "재래시장의 여름 비수기는 보통 7,8월에 찾아오는데 올해는 6월 월드컵이 시작되면서부터 일찌감치 찾아왔다"며 "하루 200묶음씩 팔리던 100장들이 비닐봉투 묶음이 요즘에는 150묶음 정도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경기가 썰렁해지면서 인근 은행 지점들의 채권회수팀은 움직임이 바빠졌다.
동대문시장 내에 위치한 A은행 신평화지점은 6월 들어 월부금식 대출 원리금 상환액 연체 고객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가량 늘었다.
남대문시장 인근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근홍 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 기업고객팀장은 "요즘 2000만~3000만원 정도를 한도 대출(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빌려 쓰고 있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대출 한도를 늘려 달라는 요청이 잦다"고 말했다.
요식업 경기를 곧바로 보여주는 물수건 판매량도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하고는 평균 30% 줄었다.
마포 영등포 일대의 식당 200여곳에 포장 물수건을 대는 최종광 서광물수건 대표는 "작년 이맘 때 하루 700개를 공급받던 대형 식당들이 올해는 500개 정도로 주문량을 줄였다"며 "영등포 일대의 식당이 먼저 물량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마포와 여의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초,강남쪽 식당에 물수건을 대는 서중식 문주물산 대표는 "판매량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각종 경기선행 지표들도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 2월부터 석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상을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5월 들어 8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반면 주점,PC방,성인오락실 등 개인 서비스 업종 상인들이 장사가 안될 때 판촉용으로 뿌리는 일회용 라이터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나는 등 '바닥 경기'의 위축 조짐이 뚜렷해졌다.
싸늘해진 바닥 경기는 시장 인근 은행 지점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원단·부자재 거래 시장인 동대문종합시장은 한여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을·겨울 의류시장의 찬바람을 미리 맞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계획 생산을 시작한 추동 의류 발주량을 대폭 줄이면서 6월 단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평균 30~40%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캐주얼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는 패션업체와 거래하는 단추 판매상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단추 공급상들에 따르면 여성복에 들어가는 단추의 경우 꾸준히 팔리고 있는 반면,캐주얼 의류에 다는 액세서리형 단추는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장식성이 강한 특수 단추만을 주로 취급하는 S산업 오모 대표는 "경기를 많이 타는 캐주얼 브랜드들이 추동 상품 계획량을 줄이면서 액세서리형 단추 매출이 예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 정장용 단추도 판매량이 다소 줄었다.
이처럼 바닥을 치고 있는 '단추 경기'는 하반기 의류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를 예고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년째 부자재 공급상을 해온 김양운 동해상사 대표는 "옷의 종류에 구분 없이 단추가 들어가지 않는 옷은 거의 없다"며 "단추가 잘 안 팔린다는 것은 의류 업체들이 발주량을 줄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베스띠벨리,쿨하스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 신원의 노상욱 생산부장도 "경기를 많이 타는 캐주얼 복종의 추동 생산량을 예년보다 낮춰 잡고 있다"며 "패션업체들이 일제히 추동 의류 발주량을 줄이고 있는 것은 3~4개월 후의 경기를 안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반면 업소명과 전화번호를 새긴 판촉용 라이터는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미성상사 성원기획 등 주요 판촉물 전문 업체들은 이달 들어 유흥주점,PC방,성인게임장 등에서 대량으로 발주하는 판촉용 라이터 주문량이 전년 동기보다 평균 15~20% 늘었다고 전했다.
김성학 미성상사 대표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등에 몰려 있는 유흥주점들이 상반기에는 라이터를 돌리지 않다가 6월 들어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자 서둘러 판촉용 라이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성인게임장에서도 꼬박꼬박 판촉물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물량을 대느라 휴일도 반납했다"고 말했다.
D증권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술집 아가씨들이 거리에서 홍보용 라이터를 나눠 주는 것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얘기"라며 "유흥주점,나이트클럽,단란주점 등 이른바 '거품 업종(증시나 경기가 활황세일 때 특히 잘 되는 업종)'의 이 같은 매출 감소는 향후 소비재 경기 전반의 침체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올해 초 혹한과 설 명절 특수를 누리며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재래시장 경기도 '더블 딥(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 다시 침체에 접어드는 현상)'에 빠져드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남포장지,동대문시장의 현대비니루상사 등 대형 봉투 판매상들은 시장 경기의 추이를 보여주는 100ℓ들이 비닐봉투 판매량이 6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완식 한남포장지 대표는 "재래시장의 여름 비수기는 보통 7,8월에 찾아오는데 올해는 6월 월드컵이 시작되면서부터 일찌감치 찾아왔다"며 "하루 200묶음씩 팔리던 100장들이 비닐봉투 묶음이 요즘에는 150묶음 정도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경기가 썰렁해지면서 인근 은행 지점들의 채권회수팀은 움직임이 바빠졌다.
동대문시장 내에 위치한 A은행 신평화지점은 6월 들어 월부금식 대출 원리금 상환액 연체 고객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가량 늘었다.
남대문시장 인근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근홍 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 기업고객팀장은 "요즘 2000만~3000만원 정도를 한도 대출(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빌려 쓰고 있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대출 한도를 늘려 달라는 요청이 잦다"고 말했다.
요식업 경기를 곧바로 보여주는 물수건 판매량도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하고는 평균 30% 줄었다.
마포 영등포 일대의 식당 200여곳에 포장 물수건을 대는 최종광 서광물수건 대표는 "작년 이맘 때 하루 700개를 공급받던 대형 식당들이 올해는 500개 정도로 주문량을 줄였다"며 "영등포 일대의 식당이 먼저 물량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마포와 여의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초,강남쪽 식당에 물수건을 대는 서중식 문주물산 대표는 "판매량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각종 경기선행 지표들도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 2월부터 석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상을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5월 들어 8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