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인사위원회는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어제 개방형 및 공모 직위 358개를 확정했다.

실행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만 남겨놓은 셈이다.

이미 발표된대로 중앙부처 1~3급 공무원들은 모두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돼 개방형 직위는 민간전문가와 공무원들간,공모직위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의 경쟁을 통해 선발되고,연봉 또한 직무기준과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내용이 그 골자다. 근무성적이 나쁘거나 무보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퇴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수립 후 유지되어 온 공무원 계급제의 근간(根幹)이 허물어지는 혁명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이는 무엇보다 공직사회에도 개방과 경쟁체제를 본격 도입함으로써 신분보장이라는 철밥통을 깨고 '일한 만큼 대우하는' 합리적 인사관리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계급과 연공서열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능력을 검증 받아야 정부 주요 직위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폐쇄적 서열문화에 젖어있던 공직사회의 관행(慣行)을 크게 변화시킬 게 틀림없다.

정부의 생산성과 행정효율을 제고하리라는 기대 또한 크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벌써부터 자리불안으로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적용 대상이 정치권의 입김에 큰 영향을 받는 고위직인 만큼 정치권 줄대기와 정실(情實)인사가 난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사회마저 집권세력의 성향이나 이념에 경도돼 공무원들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또 직무와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기 때문에 국가 정책이 장기 비전을 중시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보다는,단기 성과에 치우치면서 방향이 왜곡되고 '졸속 행정'과 '땜질 처방'에 따른 혼선만 증폭시킬 소지도 크다. 고위 공무원 교류가 빈번해져 부처이기주의는 완화되겠지만,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려 행정의 난맥상만 불러와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운용이다.

제도의 취지는 십분 살려나가되 공무원들의 중립성이나 전문성을 해치지 않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보완대책과 사후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고위공무원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할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