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실 직원들은 요즘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 한 달여간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도 입에 자물쇠를 굳게 채웠던 건 마찬가지였다.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해명하는 일은 홍보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

그러나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한 달여간 하루가 멀다 하고 세간에 나도는 각종 소문과 풍문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어떻게 보면 홍보실의 직무유기였다.

'김재록씨와 연관돼 있다' '정부 여당이 금호를 밀고 있다더라' '입찰가격은 금호에서 유출됐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흑색선전으로 변질됐고 급기야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측은 초지일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도 소문의 진원이 어디인지 짐작은 했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이런 대응전략은 인수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뒤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흑색선전에 일일이 대응해 싸워봤자 말만 더 나올 뿐 이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박삼구 회장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우리가 계획한 대로 당당하게 정도(正道)를 가면 된다"고 이런 전략을 지지했다.

금호아시아나 홍보실 관계자는 "근거 없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도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할 수 없었을 땐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그럴 땐 소주 한 잔에 마음을 달래야 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