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최강의 적'(1987년) 이후 이 시리즈의 5번째 영화다.

앞선 네 편의 주역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고로 제작 중단된 이후 20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리브의 바르고 강건한 이미지를 빼다박은 듯한 브랜든 루스를 새주인공으로 기용해 할리우드 사상 최대 제작비인 2억6000만달러를 투입했다.

거의 모든 장면에 특수효과를 입혔지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익숙한 서사패턴도 창작 에너지가 고갈된 할리우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중 슈퍼맨은 고향 크립톤 행성을 오랜 기간 방문하고 지구로 돌아온 뒤 신문기자인 클라크로 살아가며 두 가지 난제에 부닥친다.

숙적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의 야욕으로부터 지구를 구원해야 하는 한편 옛 연인 로이스 레인(케이트 보스워스)의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렉스와 슈퍼맨의 대결에는 선악이 분리된 서구의 이원론적 세계관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탐욕과 이기심에 이끌리는 인간들과 헌신ㆍ희생을 묵묵히 실천하는 '외계인' 슈퍼맨이 대조적으로 제시된다.

슈퍼맨은 인류가 잃어버린 미덕을 대리만족시켜 주는 캐릭터인 셈이다.

때문에 우리들의 영웅은 불행하게도 이 세상의 주류이거나 본질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거듭 환기된다.

로이스가 꾸린 새 가정과 슈퍼맨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슈퍼맨은 로이스가 낳은 자신의 친자(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에게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한 채 지켜볼 뿐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비본래성이란 어떤 사태에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익명적인 존재방식'이라고 일찍이 정의했다.

슈퍼맨이 로이스 가정에 평화를 지켜주고 떠나는 모습은 고전서부극 '셰인'(1953)의 플롯을 그대로 옮겨왔다.

'셰인'에서 주인공 앨런 랫은 한 가정의 어린이와 '유사 부자' 관계를 맺은 뒤 악당들을 물리치고 떠났다.

말하자면 슈퍼맨은 서부극의 고독한 총잡이 영웅을 팬터지물의 초인 영웅으로 둔갑시킨 캐릭터다.

그렇지만 변형방식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익숙한 플롯에 채워놓은 특수효과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그나마 슈퍼맨이 추락하는 항공기를 야구장에 비상착륙시키고,렉스가 운석으로 바다 위에 거대한 섬을 만드는 장면 정도가 눈에 띈다.

28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