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전화하니 6월까지는 대출이 어렵다고 하네요. 7월부터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래서 다른 은행 알아보고 있습니다.

중도금 날짜가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이거 정말 긴장되고 피 마릅니다. 정부가 이렇게 규제해도 되는 건가요."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뜬 주택담보대출 실수요자인 강모씨의 하소연이다.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함에 따라 일선 창구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지점에선 새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을 되돌려 보내느라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대형은행 대출 올스톱

국민 신한 하나 농협 등이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중단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대출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6월의 주택대출 증가액이 지난 5월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주택대출 증가액이 6575억원을 기록,5월 증가액(1조449억원)의 74%에 이른다.

금감원 대출 한도를 초과해 이달 중에는 더 이상 잔액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6월 중 증가액은 3583억원으로 전월(4089억원)의 8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이달 잔액이 2518억원 증가해 전월(3386억원)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농협도 한도를 초과했으며 우리은행은 1000억원 정도의 여유분밖에 없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5개 대형 은행의 대출 창구가 올스톱된 셈이다.


○실수요자들 거센 반발

이번 조치는 주택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최대 피해자는 주택매매 잔금 대출,전세금 반환 대출,생계비 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 서민·중산층들이다.

열흘 전 주택매매 계약을 하고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는 "대출을 안 끼고 집을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고 계약금만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들 결혼 자금을 위해 담보 대출을 신청했던 이모씨는 "정부가 서민들의 생계자금 대출까지 막아 버려도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생계비 대출을 받으려는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이나 외국계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긴급 자금은 선별 대출

한도가 소진된 은행들은 잔금 지급,생계 자금,전세금 반환 자금 등 긴급한 자금에 한해 본부 승인을 받아 선별적으로 대출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농협 여신부 관계자는 "계약금을 치른 상태에서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을 받아 해결하려는 고객은 지점에서 구두로 대출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놓은 경우가 많다"며 "소송을 우려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대출을 승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각 지점마다 대출신청 고객들에게 7월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지만 7월 초 대출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한도가 조기 소진될 수도 있어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진모·유병연·송종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