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유출자 밝혀져도 우선협상지위 유지 ‘문제’

대우건설 매각이 막판까지 시끄럽다.

초반에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달마다 의혹이 한가지씩 더 늘어나고 있는데다 우선협상대상 발표 일정도 예정보다 앞당겼다가 다시 갑자기 연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본입찰중 터져나온 구체적인 입찰가 자료 유출은 각종 의혹의 휘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매각을 주관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입찰가 유출을 왜 조사하지 않을까?

의혹은 정직한 설명과 이후 신뢰성 있는 행동, 특히 말과 행동이 일치되어야만 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캠코는 각종 의혹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의혹들도 문제가 많지만 일단 입찰가 자료 유출 문제만 살펴보자.

캠코는 본입찰을 앞두고 5개 인수 후보사간 과열경쟁과 흑색선전 등으로 매각과정이 혼탁해지자, "비밀유지협약을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여해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한번도 이에 대한 패널티를 받은 업체는 없다. 또 누가 어겼는지 알아보려 하지도 안았다. 그저 구두선의 경고만 있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인수 후보사들도, 언론들도 캠코의 경고를 믿는 곳이 없어 확인되지 않는 루머성 정보들이 넘치면서 매각경쟁은 더 과열됐다.

캠코는 급기야 "본입찰에 제출된 입찰가가 만약 유출된다면 이 부분 만큼은 철저히 조사해 우선협상대상 선정에서 제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캠코의 그간의 언행을 믿지 않았던 인수 후보사들과 언론들도 이 방침 만큼은 그저 엄포성 경고로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매각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유출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입찰가 내역을 인수 후보사들은 밝히지 않았고 혹 일부 알고 있던 언론들도 쉽사리 기사화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한 일간지 조간에 인수 후보사들이 제출한 각각의 구체적인 입찰가 내역이 도표까지 동원돼 보도됐다.

한국경제TV는 김우석 캠코 사장과 실무자들의 입을 통해 실제 입찰가 내용과 거의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입찰가 자료 전체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경제TV는 이 일간지 보도에 앞서 최초로 '입찰가가 6조원이 넘어 대우건설 부실화 위험이 커졌다'는 내용을 대우건설 매각에 정통한 취재원을 인용해 구체적인 입찰가 내용은 생략한 채 그날 새벽 단독 보도했다.

비밀유지협약은 지키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지나친 고가매각은 시정돼야 한다는 취지는 살리고 싶어서였다.

또 이 일간지가 그날 조간에 구체적인 내역을 보도할 것이라는 제보도 입수해 서둘러 앞서 보도했다.

일간지 기사가 나간후 본 기자는 캠코에 물었다. "입찰가 자료가 유출된 것 같은데 당초 방침대로 자료 제공자를 찾아내고 만약 인수 후보사가 그랬다면 우선협상대상에서 제외해야 되는 것 아니냐?"

캠코 관계자는 답했다. "취재기자가 알아서 정보 제공자를 밝혀 주지 않는한 캠코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검찰에 고발하거나 자체 조사할 계획은 없다" "나중에 대우건설 매각 문제로 청문회가 열린다면 해당 기자를 증인 요청해 밝혀보겠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이었다.

매각에 가장 중요한 정보인 입찰가가 통째로 유출돼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각종 논란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캠코는 당초 입장대로 입찰가 자료 유출자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남의 일 보듯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캠코가 말과 행동이 다르고 중요한 입찰가 자료가 유출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현대건설과 쌍용건설 등 우량 건설사 매각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다양한 업종의 기업매각에서는 입찰가 관련 비밀유지협약은 그저 종지쪽지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게 된다.

어느 기업이든지 또 누구든지 자신쪽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비밀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래가지고는 선진경제 구축은 고사하고 현재 대우건설 매각을 주관하면서 해외진출을 꿈꾸는 캠코나 삼성증권이나 모두 자격 미달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입찰가 자료 유출의 주인공은 '금호그룹'이라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금호 임원이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원자료가 정부측에서 나온 것인지 금호측에서 자체적으로 내보낸 것인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가격우위로 분위기를 선점해 우선협상대상 결정을 조기 종결시킬 의도였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의심과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캠코 실무자는 "입찰가 유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자체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김우석 캠코 사장은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캠코는 오히려 각종 의혹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선협상대상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빨리 덮고 끝내버리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하루만에 모든 심의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을 발표하려고 너무 서두른 나머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우선협상대상 발표가 연기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또한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특정기업 밀어주기 의혹과 밀실담합 매각이라는 비판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발표가 무기 연기됐다는 언론 보도가 부담스러웠는지 캠코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일(22일) 우선협상대상을 발표하겠다고 역시 서둘러 발표했다.

빨리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잘 매각해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빨리 덮고 대충 끝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매각후 제2의 외환은행 사태가 될 수도 있는 요소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문제와 의혹은 풀고 가야 한다.

특히 입찰가 유출의 당사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발표된 지위는 박탈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 정도가 될 것이라는 캠코 관계자의 말은 더더욱 이 문제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의혹 해소를 위한 캠코의 투명하고 공정하고 신뢰성있는 매각진행을 촉구한다.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