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에서 투자 귀재로 평가받고 있는 제럴드 페렌치오(75)가 최근 초대형 매매 계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그의 과거 투자 행적과 경영 철학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0일 "페렌치오가 스페인어 방송사 '유니비전'을 130억달러에 매각했다"며 "그의 본능적인 감각은 그에게 수십억달러의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고 보도했다.

페렌치오는 1992년 유니비전을 설립할 당시 3300만달러를 투자했다. 남미 이민자들이 급증하면서 유니비전의 시청자도 폭증,회사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페렌치오는 이번 매각으로 13억달러를 손에 쥐게 됐다. 30배가 넘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LAT는 "페렌치오가 과거에도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여 왔으며 그는 자신만의 20가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이민가 자손인 페렌치오는 1950년대에 에이전트로 밴드들의 출연 계약을 하며 처음으로 사업 수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1971년 다른 복싱 프로모터들이 손대지 않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경기 등 두 차례의 헤비급 타이틀전을 유치해 수백만달러의 이득을 남겼다.

1970년대엔 세계적 팝 가수 엘튼 존의 미국 진출을 도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1980년대 블록버스터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등을 공동 제작했으며 영화관 체인점을 사들였다가 바로 매각해 큰 차익을 남기는 등 투자하는 것마다 대성공을 거뒀다.

워너브러더스의 앨런 혼 회장은 페렌치오에 대해 "그는 늘 놀라운 감각으로 다른 이들을 앞서 나갔다"고 평가했다.

포브스지가 29억달러의 자산가로 추정하는 페렌치오는 자신만의 20가지 경영·투자 철학도 지니고 있다.

그의 철학 중 대표적인 것들은 △친·인척을 고용하지 말 것 △누구든지 재고용은 하지 않을 것 △자신보다 더 똑똑하고 나은 사람을 뽑아 책임을 지게 할 것 △분수를 알고 철저히 준비할 것 △팀워크를 지킬 것 △선택권을 쥐고 결코 넘겨주지 말 것 △직관과 상식을 따를 것 △생각을 크게 가질 것 △문제가 있다면 바로 해결할 것 △자신감을 갖되 오만은 버릴 것 △실수했다면 인정할 것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 △과감하되 공정하고 늘 유머 감각을 잃지 말 것 △인터뷰,패널 참가를 삼가는 등 언론과 거리를 둘 것 등이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할리우드의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브라이언 그레이저 프로듀서는 론 하워드 감독과 함께 페렌치오를 찾아와 영화 '다빈치 코드'와 '뷰티풀 마인드' 제작에 대해 자문하기도 했다.

페렌치오 친구로는 리처드 리오던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 있다.

페렌치오는 드림웍스 SKG의 제프리 카젠버그 CEO,프로듀서 래리 고든,배우 더스틴 호프먼 등과 함께 포커 게임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