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감독과 인연은 길면 길수록 좋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하노버에서 스위스와 2006 독일 월드컵 G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스위스와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차에서 뒤져 조 2위에 올라 있는 아드보카트호로서는 이날 맞대결이 16강 진출 여부를 가를 중요한 일전이다.

스위스를 꺾으면 무조건 자력으로 16강에 오른다.

비기거나 패하면 같은 시각 쾰른에서 열릴 프랑스-토고전 결과에 따라 아드보카트호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는 울게 될 확률이 더 크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자칫 스위스전이 한국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에 이어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지난해 9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 본선까지가 계약 기간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와 아드보카트 감독의 재계약을 위한 협상 시한은 이미 지난 15일로 지나 버렸다.

축구협회 김호곤 전무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조별리그가 끝난 뒤 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대회 중이라 입장 표명을 미뤄왔을 뿐 사실상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지는 않을 것으로 협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아드보카트 감독은 7월 이후에는 이미 외신 보도로 알려진 대로 러시아 제2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연고의 프로팀(1부리그)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사 령탑으로 옮길 전망이다.

결국 스위스전 결과에 따라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 축구는 당장 이별을 고하게 될지, 아니면 인연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갈지가 갈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9개월이라는 짧은 재임 기간 한국 축구를 의해 큰 일을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는 어렵사리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는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거듭된 성적 부진과 이로 인한 두 차례 사령탑 교체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놓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를 구해냈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아줬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원정 대회 첫 승과 함께 강호 프랑스와도 무승부를 이끄는 등 안방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 4강 성적을 비아냥거렸던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한국 축구와 아드보카트 감독의 인연이 조별리그 3경기로 끝나는 건 너무 아쉽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인연은 길면 길수록 한국 축구에도 좋은 일이다.

(쾰른=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