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 < 유앤파트너즈 대표 susie@younpartners.com >

수많은 갤러리들이 숨을 죽인 가운데,박세리 그녀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자신의 LPGA 첫 승 무대였던 맥도날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LPGA 22승''상금 랭킹 2위',그리고 '명예의 전당 입회' 등 화려한 경력의 금자탑을 쌓은 후 2년1개월 만의 일이었다.

한때 '한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을 정도였지만 이후 2년이 넘도록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박세리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언론과 갤러리들의 섣부른 우려를 낳기도 했다.

온갖 억측과 루머 속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홀로 연습에 매진하며 가슴앓이를 해왔을 그녀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그녀가 돌아왔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오랜 공백 끝에 재기에 성공한 이들은 진한 감동을 준다.

샐러리맨들의 영웅이자 2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다국적 기업 CEO였던 C사장을 기억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73년 입사 후 초고속으로 승진 가도를 달렸으며 다국적 기업에선 흔치 않은 8년간의 '장수 CEO' 타이틀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2004년 부하직원의 비리에 책임을 지고 사장직을 내 놓았다.

"아랫사람이 잘못했으면 윗사람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담담한 어조와 함께 퇴진한 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2년 후,그는 당당하게 대기업 CEO로서 다시 재계 입성에 성공했다.

작년 말 필자의 회사가 기업으로부터 그의 '평판조회'를 의뢰받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2년이란 긴 공백기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C사장은 퇴직 후에도 꾸준히 업계 정보를 접하고자 관련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 갖기에 소홀하지 않았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과중한 업무에 지칠대로 지친 정신력과 체력을 재충전함과 동시에 해외 여행을 하며 글로벌 경제를 읽는 감각을 키워 오히려 가산점을 얻었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온 그였기에 '성공 1막 인생에 이어 성공 2막 인생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을 수 있었다.

핵심 인재를 뽑는 인터뷰에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당신이 겪은 최대의 역경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기업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실패 경험이 없는 착실한 모범생보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벤처정신을 가진 모험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역경을 만나면 좌절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낙오자가 되는 반면에 혹자는 어려운 환경에 맞서 싸우며 이겨 승리자가 되기도 한다.

불확실성의 21세기를 사는 직장인의 성공 키는 바로 '누구나 부딪칠 수 있는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일 것이다.

영화 '포세이돈'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6인은 절망의 암흑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사람들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