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이 그들의 말과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식당이 늘어나고 패스트 푸드가 들어오면서 프랑스인들의 입맛도 변하고 있다.

음식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속에서도 실뱅 듀브로(Sylvain Dubreau) 롯데호텔 프랑스 식당 쉔브룬의 주방장(34)은 14년 동안 전통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다.

듀브로씨는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 잡지 '미슐렝'에서 별 두 개를 받은 레 장바사되르(Les Ambassadeurs)와 별 세 개를 받은 라 투르 다장(La Tour d'Argent)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프랑스 전체에서 미슐렝으로부터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은 스무 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듀브로씨의 실력을 말해 준다.

쉔브룬의 매출은 듀브로씨가 온 이후로 20% 증가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프랑스 요리사가 많지만 듀브로씨의 경우처럼 매출 증대에 바로 기여한 이는 드물다.

듀브로씨 자신은 이렇게 분석했다.

"제가 프랑스 남부 해안지방의 요리 방식을 쓰는데 이게 다른 프랑스 요리보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거 같습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프랑스도 지방마다 요리가 다르다. 프랑스 북부에서는 요리에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지중해식 조리 방법에 영향받은 남부의 요리는 올리브 오일과 허브를 많이 사용한다.

최근 들어 한국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육류와 같은 무거운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찾는 손님이 많아진 것이 듀블로씨의 요리 방식과 맞아떨어졌다.

그의 일본인 아내도 해산물 요리법의 아이디어 제공에 큰 역할을 한다. 듀브로씨는 자신의 요리 실력이 프랑스의 풍토 덕분이라고 소개한다.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토론을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면 조리사에게 자신의 불만 사항에 대해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많다.

주방 안에서도 조리사 간 의견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음식은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의 스타일을 내세우는 프랑스 주방에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자신의 요리에 관해서 손님과 동료들로부터 끊임없는 피드 백을 받는 것이 프랑스 요리사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지요."

듀브로씨는 한국 손님들이 필요 이상으로 프랑스 음식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모르는 것은 웨이터에게 물어가며 편안히 음식을 즐기는 여유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충고.

"웨이터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샴페인 등을 마시는 잔의 종류는 모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이 바뀔 때마다 웨이터들은 그에 맞는 잔을 접시 가까이에 둡니다." 듀브로씨는 포크와 나이프의 수가 많은 것도 한국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부분이라고 밝힌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포크와 나이프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크와 나이프는 음식이 나오는 순에 따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차례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듀브로씨는 한국이나 일본에 자신의 프랑스 식당을 내는 것이 꿈이다.

아내의 나라와 가깝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도 한국에서의 생활이 무척 즐거워서라고 말한다.

19일 열리는 프랑스와 한국 간 축구 경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에 "프랑스가 지면 사람들이 놀릴 것 같아 일할 의욕이 떨어질 것 같다"며 재치 있게 즉답을 피한다.

글=박신영·사진=허문찬 기자 nyusos@hankyung.com












---------------------------------------

[ 듀브로씨가 말하는 테이블 매너 10 ]

1. 모르는 것은 당당히 웨이터에게 물어보자.

2. 내프킨은 목에 걸지 않고 무릎에 올려놓고 사용.

3. 좌빵우수. 왼쪽에는 빵, 오른쪽에는 물이 놓인다.

4. 샐러드에는 한 종류 드레싱만 넣는다.

5. 뜨거운 스프는 스푼으로 저어서 식힌다.

6. 생선의 아래부위를 먹을 때는 뼈를 먼저 발라낸다.

7. 완성된 음식에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은 실례.

8. 나이프와 포크의 위치로 식사 상태를 웨이터에게 알린다.

9. 먹기 어려운 작은 콩 종류는 빵으로 소스와 함께 찍어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

10. 디저트로 나온 포도는 손으로 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