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이천수(25.울산 현대)가 아드보카트호를 침몰 직전에서 구해냈다.

이천수는 13일 밤(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토고와 2006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그림같은 프리킥 동점포를 쏘아올렸다.

아크 정면에서 돌파하던 박지성이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
키커로 나선 이천수는 상대 골문에서 시선을 놓지 않은 채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가라앉혔다.

짧은 시간 모든 준비를 마친 이천수는 오른발로 감아찼고 이천수의 발등을 떠난 볼은 오른쪽 골문을 향하다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왼쪽으로 휘어지더니 그대로 골문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마법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토고 주전 골키퍼 코시 아가사(FC메스)가 몸을 날렸지만 볼 끝도 건드릴 수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호에 발탁돼 4강 신화를 이끌어낸 이천수는 2003년 7월 400만 달러의 이적료와 연봉에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진출 1호가 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 팀에서 연속된 결장에 누만시아 임대, 골대 불운으로 1년 7개월간 방황을 거듭해야 했고 결국 작년 7월 K-리그 울산 현대로 유턴해야 했다.

귀국 후 이천수에 대한 축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거침없이 뱉어내는 화려한 언변을 가졌음에도 그만한 실력을 겸비하지 못했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유럽 무대에서 실패를 곱씹고 돌아온 데다 국내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 이천수는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무대에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오기와 근성으로 이천수는 소속팀을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끌더니 최우수선수(MVP)로까지 선정됐다.

기존의 가벼운 이미지을 벗고 자신의 화두를 `성숙'이라고 설명한 이천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토고와 첫 경기에서 이름값을 해냈다.

예리하게 감아 차는 프리킥에 빠른 스피드를 통한 돌파력과 드리블이 장기인 이천수. 토고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위스와 남은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