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연애영화다.

남주인공 잭 니콜슨은 1937년생,여주인공 다이앤 키튼은 46년생이니까 제작 당시 만 66세,57세였던 셈이다.

"그 나이에 무슨 멜로" 싶지만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사랑 얘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극장엔 젊은 관객들이 가득했다.

니콜슨은 예순살 때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연을 맡아 젊고 잘생긴 배우만 멜로물을 찍는 게 아님을 만천하에 알렸다.

나이에 상관없이 종횡무진하는 배우는 이밖에도 많다.

'더 록'의 숀 코널리는 30년생,'밀리언달러 베이비'의 모건 프리먼과 '스파이 게임'의 로버트 레드퍼드는 37년생이다.

남자배우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다이앤 키튼은 50대 후반에 연애물을 찍더니 예순살에 화장품 모델(로레알)이 됐다.

동갑인 수전 서랜든도 맹활약중이고,세 살 아래인 시고니 위버 역시 '에일리언' 속편에 또 나온다고 할 만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뛴다.

자연히 할리우드 주연급 나이는 우리보다 평균 일곱 살 많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중ㆍ장년 스타들이 주연 혹은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뜬다.

영화 '까불지마'에선 오지명 최불암 노주현씨,'마파도'에선 김수미 김을동 김형자씨가 주연을 맡았다.

김수미씨는 일용엄니에서 벗어나 영화와 TV 양쪽을 주름잡고,주현 백윤식씨 등도 인기를 업고 광고시장에 진출했다.

만년 조연에다 그나마 안방극장에선 퇴출 위기에까지 처했던 중ㆍ장년 스타들이 이처럼 재부상하는 건 소재의 다양화라는 영화계의 요구와 새로움을 찾는 대중문화 소비층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ㆍ장년 스타 자신들의 피나는 제 몫 찾기 노력이 있었을 것도 틀림없다.

중장년의 몫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평균수명 60세 시절의 50세가 장년이었다면 평균수명 80세인 지금의 50세는 그야말로 청춘이다.

60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인생이라는 포물선은 하나가 아니라 낙타등처럼 두 개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중ㆍ장년들이여,일동 앞으로!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