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진보적 성향의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내놓은 경제·사회정책 구상인 이른바 '해밀턴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 참고자료를 내놨다. 동반성장, 복지와 성장의 상승작용, 효과적인 정부를 강조한 것이 참여정부의 정책과 맥(脈)을 같이한다고 보고 이를 정책홍보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런 보고서를 보더라도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이 옳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법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들릴지는 정말 의문이다.

무엇보다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갈 생각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하고많은 날 무슨 모델, 보고서 얘기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지겨워할 것은 물어보나마나다. 되돌아보면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덜란드 모델, 아일랜드 모델, 스웨덴 모델 등 온갖 모델들이 난무했지만 그래서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말만 무성했을 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는 비판은 그냥 나온 게 결코 아니다.

누가 뭐래도 지난 지방선거는 참여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잘못돼서 그런지 반성하고 고쳐 나갈 생각을 해야 당연한데도 청와대가 이런 보고서를 들고 나오는 걸 보면 그게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자신들은 올바른 정책을 펴고 있는데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못하고 있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만 해도 그렇다. 이를 우리 상황에 그대로 갖다 붙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적 성격이 짙다. 미국은 미국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그렇다. 효과적인 정부라고 했지만 예컨대 교육 과학 등 시장기능이 제대로 못해주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보완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다. 이를 두고 정부조직과 공무원을 크게 늘려도 되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된다. 청와대는 미국 민주당계 인사들이 주도한 이 보고서에 나와있는 동반성장, 분배와 복지의 상승작용 같은 표현에 매력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멀리 갈 것도 없이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민주당 시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성장에 우선을 뒀다는 사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최대 과제는 경제활성화다. 그 기본은 기업투자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데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그런 기본에 충실해 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