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그 관문이 바로 서우두국제공항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찾아간 공항에서 예전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어 간판이 내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선 도착'이라는 한글 간판이 눈에 띄었다.

한자 및 영문과 함께 한글이 나란히 표시된 것.흥미로운 건 국내선 쪽도 마찬가지라는 사실.'국내선'이라는 한글간판이 걸려 있었다.

간혹 일본어 간판도 보이지만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한글은 영어에 이어 제2외국어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의 서경조 베이징 지사장은 "작년 5월 이후 한국인이 일본인을 제치고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됐기 때문"이라며 "우리 측에서 요구해온 것을 중국 당국에서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은 하루에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서우두국제공항의 한글간판은 중국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 한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내 최대 외국인 유학생 그룹인 한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5만명(중국 교육부 기준)을 돌파한 것이나 홍콩과 버진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일본에 이어 한국이 중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라는 사실도 중국 속 한국의 역동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피라미드 사기나 신용카드 사기 단속에 한국인이 걸려 들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나 지난해 불법 외환거래 단속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인이 환치기 사범으로 붙잡힌 사실은 중국 속 한국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비해 납세의무를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중국 지방 관리들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오는 7월이면 중국과 수교한 지 14년이 된다.

중국에 살고 있는 교민도 조선족을 제외하고 50만명으로 추정될 만큼 급증하고 있다.

세계 정치와 경제의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림자를 걷어 내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