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은총재, "인플레 판단 기준을 낮춰서라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유는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부동산 가격 안정이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 물가의 산출 방식을 뜯어고쳐서라도 금리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콜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은 지난 금통위 이후 한은이 콜금리를 한두 차례에 걸쳐 0.25~0.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재정경제부 등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금리 인상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물가지표 바꿔서라도…"
이 총재는 이날 기념식에서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이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종래의 시각으로 물가안정 문제에 접근할 경우 자칫 유동성의 과잉 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서 말하는 '종래의 시각'이란 근원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정책을 말한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가격이 급변동하는 농산물(곡물 제외)과 석유류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의 물가 지수다.
문제는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1.6~2.0%에 그친 반면 석유류와 농산물을 포함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8%로 훨씬 높다는 점이다.
한은이 관리하는 물가 지표를 근원 인플레이션에서 CPI로 바꿀 경우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현재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으로 근원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지수의 괴리 문제 등을 보완한 새로운 물가안정 목표를 마련 중이다.
이 총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새 물가안정 목표는 정책의 파급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조기'에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물가 지표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기는 여전히 낙관
이 총재는 "현재의 정책 금리는 경기 상승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환율이나 유가 상황이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동향에는 유의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경기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금리 정책(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금리 인상의 분명한 정책 목표로 떠올랐다는 것을 강하게 밝힌 셈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