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보도참고 자료'라며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책구상인 '해밀턴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주목을 끈다.

자료를 낸 청와대 경제정책비서실은 이 연구보고서와 현 정부의 '동반성장 전략'이 정책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면서 양극화 해소 등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정책의 홍보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4월 5일 발표된 해밀턴 프로젝트는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을 비롯,미국 민주당계 인사들이 미국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제시한 경제·사회정책의 종합 구상이자 제안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에서도 진보적 성향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이 구상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가 추진해온 '시장주의 정책'이 국가의 기본적 책임을 외면하고 부익부 빈익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가적 책임 △성장과 복지의 병행 추진 △혁신주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연구 프로젝트가 현 정부의 양극화 관련 정책과 철학 및 해법에서 유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성장이냐,분배냐'는 논의에서 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정책철학적으로,이념적으로 원군을 만난 셈이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정책과 많은 유사점이 있으며,해밀턴 프로젝트가 제시한 문제는 참여정부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세계적 아젠다로 부각된 (양극화 등) 안건에 대한 철학과 실천전략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특히 그간 추진해온 동반성장 전략에 따라붙는 '분배중시 전략''좌파 정책'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면서 내심 "미국도 고심하고 대안으로 제시한 전략"이라며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해밀턴 프로젝트가 '성장과 분배가 상충되는 목표'라는 논리에 집중적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해밀턴 프로젝트의 기본철학은 △모든 계층을 위한 동반성장이 보다 강하고 지속가능하다 △복지와 성장은 상호상승작용을 통해 강화된다 △효과적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로 정리된다. "경제성장의 일차적 역할은 시장에서 찾아야 하지만 시장에만 맡기기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과제 네 가지가 제시됐다. △인적자원투자(교육과 근로) △혁신과 인프라 △미래불안 해소(저축과 사회보험) △정부 역할 제고(효과적인 정부) 등이다. 이들 정책과제 역시 "모든 계층을 망라하는 동반성장을 통한 성장이 더욱 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철학에서 나온 것들이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보고서를 낸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루빈 등은 현재 미국이 균등한 기회보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위험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이에 따라 제대로 교육받고 열심히 일하면 보다 나은 미래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회균등 정신은 오랫동안 미국사회를 발전시켜온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더이상 그렇지 못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심각한 재정적자로 인한 투자재원 부족과 이에 따른 미래투자 부재로 분석됐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성장론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너무 단순한 정책"이라며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


[ '해밀턴 프로젝트' 주요 내용 (2006년 4월5일 발표) ]

□ 기본 인식

▷균등한 기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붕괴됐다

▷재정위기 속에 미래투자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파적 논의가 필요하다


□ 3대 기본철학

▷모든 계층을 위한 동반성장이 보다 강하고 지속가능하다

▷복지와 성장은 상호 상승 작용을 통해 강화된다

▷효과적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 4대 정책과제

▷인적자원투자(교육과 근로)

▷혁신과 인프라

▷미래불안 해소(저축과 사회보험)

▷정부 역할 제고(효과적인 정부)


□ 향후 추진계획(정책제안)

▷4대 정책 과제에 대한 후속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정부 내 생산성 평가제도, 납세제도 단순화 방안 등 2개 보고서는 출간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