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늦깎이' 후안 로만 리켈메(28.비야레알)가 정교한 킥과 볼배급으로 아르헨티나의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승을 일궈냈다.

리켈메는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함부르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에르난 크레스포(첼시)와 하비에르 사비올라(세비야)가 터트린 두 골에 힘을 보태 팀의 2-1 승리를 이끌어냈다.

플레이메이커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리켈메는 모든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며 팀 공격을 풀어나갔다.

리켈메는 전반 14분 오른쪽에서 위협적인 코너킥을 올렸고 이를 수비수 로베르토 아얄라(발렌시아)가 헤딩슛했지만 골키퍼가 잡아냈다.

당시 볼은 골문 안쪽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부심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켈메는 낙심하지 않고 다시 공세에 열중, 전반 24분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4분 왼쪽 미드필드에서 골문 앞으로 예리한 프리킥 크로스를 올렸고 혼전 중에 흐른 볼을 크레스포가 그대로 차 넣었다.

사비올라의 추가골도 리켈메의 정교한 스루패스에서 터져 나왔다.

리켈메는 전반 38분 수비수 뒷공간으로 킬패스를 찔렀고 이를 사비올라가 쇄도하며 달려나오던 골키퍼 옆으로 살짝 차 넣었다.

리켈메는 종료 직전 시간 지연책으로 파블로 아이마르(발렌시아)와 교체될 때까지 90분 내내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며 상대를 위협했고 종종 중거리슈팅도 날리며 코트디부아르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리켈메는 대회 시작 전부터 아르헨티나에 3번째 우승컵을 안길 주요 선수로 꼽혔지만 사실 독일월드컵이 첫 출전이다.

리켈메는 1997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맹활약,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았지만 1998년과 2002년 월드컵에서는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후안 베론, 아리엘 오르테가 등 쟁쟁한 공격수들에 밀려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역경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명문구단 보카주니어스에서 맹활약한 뒤 2002년 거액의 이적료에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로 옮겼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2003-2004 시즌 비야레알로 임대된 뒤 매 시즌 10골 안팎의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고 2005-2006 시즌에는 15골을 터트린 데다 팀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대표팀에 발탁돼 독일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10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장, 3골을 폭발시키며 팀의 중원 지휘자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처음 출전한 월드컵 무대에서 그동안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던 기량을 선보이며 승리의 주역이 된 리켈메가 아르헨티나의 3번째 월드컵 우승을 위해 어떤 활약을 해낼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