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국경 경비 군인들의 벌이가 좋다고 한다.

압록강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가는 것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기 때문이다.

데일리NK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 인민폐로 500∼1000원(한화 6만5000~13만원),군관(장교)의 경우 인민폐 1000원 이상이 시세라고 한다.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 사적 이익을 챙겼으니 전형적인 부패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나쁘다고 봐야 할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그의 측근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도 그럴까.

오히려 그들에게는 군인들이 부패해서 그나마도 다행이다.

몰래라도 국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터인데,군인이 정말 철저하게 국경을 지킨다면 그 사람들은 당장 굶어 죽어야 할지 모른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국경수비대의 부패가 상당수의 생명을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대다수의 북한 인민에게 군인들의 부패는 매우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어느 교도관이 뇌물을 받고 흉악범을 풀어주었다면 그것은 분명 사회에 해로운 행위다.

돈을 받고 공해업소의 매연 배출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것이다.

이로운 부패와 해로운 부패 사이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답은 뇌물로 뛰어넘으려고 하는 규제나 제도의 성격에 달려 있다.

그 규제가 사회에 해롭다면 뇌물을 주고라도 타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고,그렇기 때문에 이로운 부패다.

북한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국경을 넘는 행위가 거기에 해당한다.

반면 뇌물로 타넘으려는 규제나 제도가 사회에 이로운 것이라면 뇌물과 부패는 해로운 행위다.

공해 배출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거나 돈을 받고 흉악범을 풀어주는 일은 여기에 해당한다.

규제가 사회에 해로운지를 판단하는 가장 단순한 기준은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이 제안한 '타자 위해의 원칙(Harm Principle)'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는 사회에 이롭지만 그렇지 않은 행위를 막는 규제는 사회에 해롭다.

전자를 타넘는 뇌물은 해롭고 후자를 타넘은 규제는 이롭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이것 말고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당장은 이로운 부패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일반화되어 부패가 만연하다 보면,규제권자들은 뇌물을 받을 목적으로 사회에 해로운 규제와 제도들을 새로 만들어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서 서류를 떼려할 때 공무원들이 급행료를 받기 위해 일부러 일을 천천히 처리하곤 했는데,어떻게 생각해 보면 뇌물이 공무원들을 게으르게 만든 것일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뇌물을 받기 위한 목적의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큼 제대로 된 나라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사회에 해로운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뇌물을 주지 않고도 국민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이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큰 나라일수록 청렴도는 높아지고,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부패는 심해진다.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부패 문제에 대한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