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상을 계기로 하반기 경기에 대한 정부기관과 민간경제연구소 간의 시각차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또 한 차례 인상함으로써 하반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재정경제부도 하반기 경기 급락 가능성을 제기하는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 4분기에는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4분기 성장률 3%대 추락 가능성

민간경제연구소가 하반기 경기 하강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향후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종 경기선행지표가 최근 몇 달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 2월부터 석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6개월 후의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상을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5월 들어 8개월 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국제유가와 환율 불안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경기하강론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국제유가와 환율은 최근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고,현재 수준만 놓고 봐도 이미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수준이라는 게 민간경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민간경제연구소는 따라서 올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를 정점으로 갈수록 떨어져 4분기에는 3%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활성화 및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정책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경기급락은 없을 것

정부도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의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이란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작년 4분기 이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온 데 따른 자연스런 조정 과정이지 결코 경기급락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회 모악포럼'에서 "일부 민간 연구소에서 올해 4분기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 8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가 및 환율 등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금년 초와 같은 빠른 상승세는 아니어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연,정부 인식 안이하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경기 인식에 대해 "안이하다"는 입장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국민총소득 증가율이 정체돼 있는 데다 주가불안과 금리인상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갈수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경영자 70%는 올 4·4분기 경기전망을 묻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더 악화되거나 현재의 침체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해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