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동해상에서 발생한 F-15K 전투기 추락사고와 관련,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인 것으로 밝혀지면 나머지 F-15K의 국내 도입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군본부 정책홍보실장인 권오성 준장은 8일 F-15K 추락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올 12월까지 미국 보잉에서 F-15K 14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일정에 아직 변화가 없으나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은 40억달러 규모의 1차 F-X(차세기전투기)사업을 통해 지난해 4대에 이어 올해 말까지 14대,2008년까지 나머지 22대 등 모두 40대의 F-15K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다.

F-15K 인도 일정이 지연되면 2009년부터 F-15K급 20여대를 추가 도입하려던 전력증강 계획인 2차 F-X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락 사고가'기체결함'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1차 F-X사업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2차 사업 역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보잉과 이스라엘 엘타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공군 공중조기경보기(E-X)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도입된 사고기는 사고 당일 6km 동해 상공에서 시속 900km로 다른 2대의 F-15K와 함께 야간 공중요격 훈련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준장은 "사고기가 추락하기 전 교신이 있었으나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비행자료와 목격자,교신내용 등을 종합,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랙박스는 6km 이상의 수심에서 30일 이상 견디기 때문에 수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약 블랙박스 수거에 실패하더라도 각각의 전투기와 지상통제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데이터링크시스템 덕분에 비행자료가 훈련에 참가했던 다른 전투기에 기록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고 원인으로는 기체결함과 조종사의 조종 미숙 가능성이 각각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F-15K는 F-15계열 전투기에 장착하던 엔진 대신 GE사의 엔진을 처음으로 장착한 기종으로,GE사의 엔진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F-16기에 장착돼 있어 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군 사고조사위원회는 F-15K 제작사인 보잉 기술자들이 방한하면 이들을 합류시켜 공동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기 조종사인 김성대 소령(36·공사 41기)과 이재욱 대위(32·공사 44기)는 비상 탈출하지 못하고 항공기와 함께 순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군과 해경은 이날 오전 조종사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두 조종사에게 한 계급씩 추서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