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맞은편 뒷길의 외대어학원 1층 모퉁이에 있는 한 서점.평일(5일) 오후인데도 20여명의 고객이 서가와 판매대 앞에서 책을 읽느라 삼매경에 빠져 있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 주부와 어린이까지.

이곳은 대교베텔스만이 운영하는 회원제 북클럽 '북스캔'의 종로 북센터다.

2001년 '베텔스만 북클럽'으로 간판을 건 이후 지난해 '북스캔'으로 이름을 바꿨다.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책을 파는 곳이지만 누구나 현장에서 무료로 회원에 가입할 수 있어 일반 서점이나 다름없다.

30평에 불과한 종로 북센터의 연간 매출액은 10억원가량.하루 평균 200여명이 이곳에서 책을 구입해 일일 매출액이 300여만원에 이른다.

평당 매출액(10만원)이 중대형 서점(평균 4만원)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서점가에선 중대형 서점에 밀려 소형 서점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종로 북센터가 작은 매장으로도 성공한 것에 대해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위주 매장구성

종로 북센터에 들어서면 대부분 책의 앞표지가 보이게 진열돼 있다.

통로쪽의 평대는 물론 벽면의 서가에도 책의 표지가 보이도록 배치해 독자들이 책을 찾기가 쉽다.

디자인이 화려해진 책표지들로 인해 매장 전체가 밝고 환한 느낌을 주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북스캔의 다른 북센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 매출의 대부분이 책의 앞표지를 볼 수 있는 평대에서 발생한다는 데서 착안했다.

서가에 꽂힌 책은 거의 팔리지 않기 때문에 벽쪽 서가도 앞표지가 보이도록 하는 전면 진열로 바꿨다.

○소비자 니즈 철저 파악

좁은 매장에서 책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할 경우 책의 종수가 줄어드는 단점은 책을 사전에 걸러주는 '프리 셀렉션(pre-selection)'으로 해결했다.

대교베텔스만의 전문 편집팀이 독자들의 취향 등을 고려해 선별한 750여종의 신간을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도서카탈로그 '북스캔'에 싣고 여기에 실린 책을 매장에 진열한다.

사전 선택 과정을 거친 만큼 재고 및 반품률이 크게 떨어져 서점 운영의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종로 북센터의 경우 외국어학원이 밀집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많이 찾는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 서적을 더욱 다양하게 비치,매출을 끌어올렸다.

직원이 모두 책 전문가라는 점도 특징의 하나다.

종로 북센터에는 매장 규모에 비해 많은 6명의 직원이 배치돼 고객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즉시 책 상담을 해준다.

어떤 책에 대해서도 전문 지식을 갖추고 상담을 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하는 책은 정성을 다해 구해다주는 것은 물론이다.

○적절한 경품마케팅

북스캔은 매달 13일을 '북데이'로 정했다.

이날은 모든 책 구매자에게 금액에 관계없이 신간 소설이나 명작 등을 한권씩 더 준다.

서점을 잊지 않고 찾아준 고객에 대한 감사 표시다.

일부 고객은 이날 친구와 함께 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북데이'의 매출은 하루 평균 매출액의 세 배를 웃도는 1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교베텔스만은 현재 종로점을 비롯 대구 울산 부산 분당 안산 평촌 등 전국 16개 북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헌규 종로 북센터 점장(38)은 "서점의 입지 특성을 살려 운영을 차별화한다면 중소형 서점도 대형 서점들의 틈새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전국의 북센터를 4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100평 이상의 중대형 서점은 2003년 200개에서 지난해 말 262개로 늘어난 반면 100평 미만의 소형 서점은 3389개에서 3167개로 줄었다.

서울 신촌문고,포항 경북서림,대구 제일서적 등 각 지역 간판 서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 북스캔 종로 북센터의 성공 사례는 더욱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