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경험 비춰볼 때 뚜렷한 연관 없어

아드보카트호가 독일에 입성하기 직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당한 완패가 월드컵 본선에서 독(毒)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약(藥)으로 작용할까.

아드보카트호는 4일 밤(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최종 평가전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에 1-3으로 무너졌다.

2골 차 스코어 뿐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고 공격.중원.수비진에 모두 문제점을 드러낸 한 판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러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노르웨이와 가나 등 강팀을 택했던 것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전에도 자메이카를 6-0으로 대파한 잉글랜드를 예로 들며 "우리도 약팀을 골라 쉽게 갈 수 있었지만 강팀을 택했다"고 한 적이 있다.

태극전사들이 '결전지' 독일로 입성할 때 승리의 기운과 상승 기류를 타고 간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가 능사는 아니다.

직전 패배가 곧장 침체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한국축구의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돌아보면 최종평가전의 승리가 본선 성적으로 연결된 경우는 드물었고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6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 히딩크호는 강팀들과 '리허설'을 치렀다.

그해 5월21일 제주도에서 잉글랜드와 1-1로 비겼고 닷새 뒤에는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맞붙어 2-3으로 지기는 했지만 박지성, 설기현이 골을 터트리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강팀에 졌지만 자신감에 충만한 히딩크호는 6월4일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하고 애타게 기다려온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일궈냈다.

물론 프랑스와 가나를 '동급'으로 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전에는 중국과 최종 평가전을 치렀다.

당시 차범근호는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간판 골잡이 황선홍이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차범근호는 중국과 경기 바로 전에 강호 체코와 잠실에서 2-2로 비겼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하고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면서 쓸쓸히 짐을 꾸려야 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직전의 평가전은 미국 댈러스에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치렀고 고정운, 황선홍, 김주성이 골을 뽑아 3-0 완승을 거뒀다.

김호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본선 첫 경기에서 서정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무적함대' 스페인과 2-2로 비겼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장도에 오르기 전 독일 분데스리가팀 도르트문트를 국내로 불러 1승1무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월드컵 대표팀의 전적은 3전 전패로 참담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하러 장도에 오른 대표팀은 미국에서 페루 클럽 알리안사를 상대해 차범근, 최순호의 골로 2-0 완승을 거둔 뒤 멕시코에 입성했지만 첫 경기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다섯 차례 월드컵 경험을 종합해보면 본선에 돌입하기 직전에 치른 최종 평가전 전적은 3승1무1패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본선 첫 경기 전적은 반대로 1승1무3패였다.

마지막 평가전 결과가 본선 첫 경기와 뚜렷한 연관 관계를 갖지 않은 셈이다.

완패로 결론이 난 아드보카트호의 마지막 수능이 오는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토고와 본선 첫 경기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