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개발로 부동산을 수용당하게 된 사람에게 보상금액 산정에 쓰인 감정평가 자료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근거를 찾기 위해 개발사업자에게 감정평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지주 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로 도시개발사업이 위축되거나 보상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서울시 강동구 도시개발 구역에 건물을 갖고 있던 이 모씨가 개발사업 시행사인 SH공사(옛 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보상평가서 및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보상협의 경위서,보상평가의뢰서 및 첨부서류 등도 공개하되 이씨 본인이 아닌 제3자와 관련된 자료는 제외하거나 당사자 의견을 참작해 공개 수위를 결정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 법은 감정평가사에게 업무상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감정평가업자에게 부과하는 의무일 뿐 정보 공개를 청구받은 공공기관의 의무가 아니므로 피고 측은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그대로 원고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2003년 11월 강동구 하일동 일대를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시행자가 된 SH공사는 2005년 개발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과 보상협의를 진행하던 중 보상평가 자료 등을 공개해 달라는 이씨의 청구를 "본인에 대한 자료열람을 제외하고는 공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부동산개발 업체인 솔렉스플래닝의 장용성 사장은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땅인 관리지역에 대한 난개발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지자체 산하 도시개발공사나 아파트 시행사들이 최근 들어 앞다퉈 도시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토지보상의 근거자료 공개로 보상가가 올라가면서 도시개발사업 위축 또는 분양가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유승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