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첫 협상을 사흘 앞두고 2일 공개된 한·미 양국의 FTA 초안 내용이 예상보다 더 공세적인 것으로 밝혀져 험난한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마지노선'은 지키면서 개성공단 문제 등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협상문 초안의 미국측 입장을 볼 때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양측이 공히 기존에 체결한 FTA 협상보다 더 보수적 내지는 공세적으로 작성한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양국은 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1차 협상에서 최대한 절충점을 찾아 통합 협정문을 마련하고 2차 협상(서울)부터는 양허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통합 협정문은 단일 문항으로 하되 양국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양측 입장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양측 이견 첨예

협정문 협상 목록 구성부터 입장이 갈렸다.

미국은 상품 분야에서 농업과 섬유를 별도의 협상 목록으로 구성하기 원했으며 한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일시 입국'을 따로 협상 목록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내국민대우 인정이라는 대원칙과 관련,자국 국내법상의 원목에 대한 수출통제,연안해운시 국적선을 사용해야 하는 국내법 등 여러 개의 예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은 또 자동차 배기량 기준에 따른 세제 개편을 요구했으며 섬유 분야의 경우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제시해 특별 세이프가드 도입을 주장했다.

또 택배나 법률자문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고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대우' 원칙 아래 신금융서비스 공급을 허용토록 요청했다.

여기에 독점 기업 및 공기업이 정부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경우 FTA 협정을 준수토록 하고 상품과 서비스 거래시 차별이 없도록 하는 내용도 협정문 초안에 담았다.

○"이런 것은 못받아줘"

미국측 주장에 대해 정부도 강경 대응키로 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측이 협정문 초안에서 자동차 세제 개편을 요구했지만,이번 1차 협상에서 우리측은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련 세금은 지자체 세수의 중요한 원천인 만큼 논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법률자문업 개방 등을 협상 초안에 명시한 것과 관련,"굳이 1차 협상부터 논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수석대표는 미국측이 관세환급 제도를 배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적용하면서 미국만 배제한다면 최혜국대우(MFN)를 어길 뿐 아니라 우리 업체들이 기왕에 누리던 이익마저 삭감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요구할 것 많다"

한국도 반덤핑제도,농산물 세이프가드,항만 물품취급수수료 배제 등 미국에 대한 공세적인 요구를 초안에 담았다.

먼저 미국이 무분별한 반덤핑 발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발동 요건을 강화하는 특례조항을 협정문 초안에 포함시켰다.

또 수입 급증으로 농업시장 등에 산업피해가 발생했을 때 무역구제 수단으로 특별 긴급관세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직 자격증 보유자의 미국 진출을 위해 별도 전문직 비자 쿼터를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또 원산지 기준을 규정하면서 특히 역외가공 특례를 포함,개성공단 생산 물품에 대한 원산지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