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들이 부도난 회사의 브랜드를 인수한 뒤 재(再) 출시해서 성공을 거두거나,한 번 접었던 브랜드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서로 필요없는 브랜드를 사고 파는 '상표권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만도 상표권 거래 금액이 5억원 이상인 대형 브랜드 거래가 10여건이나 성사될 정도로 시장이 커진 것.

제일모직은 2003년 중소패션업체 'F&F'로부터 '구호'를 사들여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우성I&C'도 2004년 남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본'을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역시 상장업체인 지엔코가 미라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여성복 '엘록'을 인수해 프랑스에 진출시켰고,LG패션도 작년 9월 '두손21'로부터 아동복 '캔키즈'를 넘겨받는 등 브랜드 인수전에 가세했다.

브랜드 거래시장의 가장 큰 손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랜드다. 2003년 엘덴,뉴골든,캡스,제이빔,앙떼떼 등 5개 브랜드를 한꺼번에 사들인 데 이어 2004년 소베이직,작년에는 쏘시에,라틀레틱,콕스 등을 인수했다.

이 같은 브랜드 거래시 대금 산출은 매장수와 재고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는 백화점 매장은 한 개당 1억원,할인점.가두점.아울렛 등 저가 매장은 개당 5000만원씩 계산해 브랜드 가격을 산출한다는 것. 재고를 떠안을 경우 제품 정상가격의 5%씩 쳐서 계산된다. 업체의 부도로 남아있는 매장도 없고,재고 상품도 전혀 없이 누군가 상표권만 갖고 있는 경우엔 해당 브랜드의 과거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 같은 이른바 '깡통 브랜드'는 5000만원부터 20억원에 거래되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올 한 해 패션업계 최대 관심사인 'M&A 전쟁'도 결국엔 확장된 형태의 유망한 브랜드 인수전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네티션닷컴을 210억원에 인수한 이랜드의 고위 관계자는 "공장 등 생산라인이나 부동산 등의 유형자산이 거의 없는 패션업체의 경우,M&A 당시 해당 업체가 갖고 있는 디자인 인력과 브랜드의 가치가 인수대금 결정의 주된 잣대가 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