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골퍼' 잭 니클로스(66·미국)가 주최하는 미국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전통적으로 투어 '간판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명문대회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가 불참하고 니클로스 본인도 나가지 않았지만,그 밖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모였다.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뮤어필드빌리지GC(파72·길이7300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의 키워드는 니클로스도,선두권 선수도,불순한 날씨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화제는 단연 벙커를 고르는 '고무래'와 울퉁불퉁하게 된 벙커였다.

일부 외신은 '레이크게이트'(Rakegate)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살을 절반 정도 제거해 버린 고무래는 벙커를 밭이랑처럼 갈아놓았고,그 이랑마저도 '플레이선'(볼에서 목표에 이르는 가상의 선)과 수직이 되도록 해놓았다.

볼이 페어웨이 벙커든,그린사이드 벙커든 벙커에 들어가면 움푹 파인 고랑에 멈추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선수가 당황했고,일부 선수들은 '대선배'가 주최하는 대회인데도 드러내 놓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어니 엘스는 "벙커 상태가 너무 가혹하다"고 했고,션 오헤어는 "벙커는 말 그대로 해저드였다'고 말했다.

노장 닉 프라이스는 "그 좋은 모래를 왜 그 모양으로 해 놓느냐.쓸데 없는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 벙커 때문에 낭패를 본 선수도 많았다.

선두권을 오르락내리락하던 필 미켈슨과 데이비스 러브3세는 각각 17,18번홀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간 뒤 보기,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벙커샷이라면 자신 있다던 최경주(36·나이키골프·사진)는 이날 '샌드 세이브율'(볼이 벙커에 들어간 뒤 파나 버디를 잡을 확률)이 40%에 불과했다.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불평하자 당사자인 니클로스는 "투어의 다른 대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시험대"라고 주장했다.

투어 경기위원인 슬러거 화이트는 "이번 대회 벙커와 고무래는 테스트일뿐 투어의 정책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미 PGA투어에서 고무래,모래,벙커 정리 등에 대한 명문규정은 없다.

한편 첫날 악천후로 30명의 선수가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최경주는 1언더파(버디6 보기3 더블보기1) 71타로 공동 34위에 자리잡았다.

'왼손잡이' 스티브 플레시가 17번홀까지 6언더파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고,경기를 마친 선수 가운데는 오헤어가 5언더파 67타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냈다.

미켈슨,러브3세,프레드 커플스,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은 3언더파 69타로 상위권에 포진한 반면 엘스,레티프 구센,비제이 싱은 2오버파 74타로 중하위권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