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경영 위기 여파가 4700여개 부품 협력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락 및 '경영 공백' 장기화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해지자 협력업체들도 잇달아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임금동결과 함께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최근 임원 30여명의 올해 임금을 10% 삭감한 데 이어 팀장급 이상 직원 110여명의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만도는 또 올해 부품 제조원가를 작년보다 20%가량 줄이는 '저원가 생산(LCM·Low Cost Manufacturing)' 운동도 함께 진행키로 했다.

만도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이후 현대차의 국내외 판매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데다 환율하락으로 GM 등 해외업체에 직수출하는 물량의 수익성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며 "복사용지까지 줄일 정도로 '짠돌이 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영 위기로 '비상 경영'을 선언한 협력업체는 만도뿐만이 아니다.

현대차에 볼트 너트 등을 납품하는 태양금속은 최근 노사협상을 통해 500여명 전 임직원의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합의했다.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 임직원까지 임금동결에 합의한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 노사환경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그만큼 회사 사정이 악화됐음을 방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연 매출 3800억원 규모의 경신공업도 최근 임원들의 임금을 5%가량 삭감하고,사무직 직원 임금은 동결키로 했다.

현대차에 에어클리너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산업 역시 조만간 관리직 사원에 대한 임금동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산업은 현대차의 경영위기와 함께 깊어지는 내수불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애프터서비스용 교체물량의 평균 교환주기가 5000km에서 8000km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가운데 노사협의가 필요없는 사무직 임금동결을 추진하지 않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임금동결과 함께 생산라인을 축소한 뒤 '혼류(混流) 생산(1개 라인에서 2개 이상 다른 제품을 교대 생산하는 방식)'에 나서는 등 강력한 원가절감 활동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7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화승R&A와 화승소재는 비상경영 차원에서 직접적인 생산활동과 직결되지 않은 모든 경비를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특히 물류비 절감을 위해 이달부터 자체 처리하던 탁송업무를 CJ택배로 아웃소싱했다.

화승R&A 관계자는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구조상 모기업의 경영 상태에 절대적으로 영향받게 된다"며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가 후진하면서 협력업체에도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