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경영정상화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10년 가까이 망가져온 브랜드를 되살려서 한자릿수에 불과한 섬유사업의 수익성을 깨고 싶습니다."

이호림 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 회사는 1997년 부도난 후 2002년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생의 길을 찾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사장은 "대한전선이라는 든든한 대주주가 있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온 직원들이 가장 큰 자산"이라며 "트라이브랜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1000여개가 넘는 대리점도 새로운 도약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과거 '쌍방울'이 속옷 브랜드였다면 '트라이브랜즈'는 패션 브랜드이자 토털 이너웨어 브랜드로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트라이브랜즈는 작년 2분기 영업흑자전환에 이어 올해는 신사업인 보디케어에 진출하고 신개념 매장을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으로 옛 명성을 회복해 가고 있다.

-내의 사업은 사양산업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내의 사업으로 보면 사양산업이지만 섬유산업이자 패션산업으로 보면 새로운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생활필수품 사업이라는 점에서 한때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국내 내의 산업은 경쟁도 치열하고 외국계 브랜드에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이 내의 사업을 브랜드 사업으로 만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감가상각을 하고 나면 재투자를 꺼렸고 대박상품이 나온 후에는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브랜드 관리와 유지를 통해 트라이브랜즈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대중적 이미지는 외국회사들에 비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 방법은 뭔가.

"내의 사업의 가장 큰 고객은 30대 주부다.

이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게 그동안 회사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1997년 이후 경영공백이 계속되면서 고객과의 접점인 매장 관리에 실패해서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 매장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생각이다.

1000여개에 달하는 기존 매장을 바꿀 수 있도록 관리해주고 이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목동에 1호점을 연 신개념 매장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신개념 매장은 신세대 주부의 동선을 따라 찾아보고 싶은 매장으로 설계됐다.

수익성도 상당히 좋게 나오고 있다.

6월중 100~200개를 목표로 대대적인 대리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보디케어 사업에도 진출했는데.

"내의는 제2의 피부와 다름없다.

그래서 란제리 사업과 연관사업인 보디케어 사업도 시작했다.

섬유를 기반으로 내의 란제리 양말 보디케어 상품 등 유통가능한 연관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란제리 시장은 20대 여성이 주고객이고 성장속도가 빠른 사업이어서 관심이 많다.

기존 메이커들이 고가전략을 취하고 있어 합리적 가격에 유통 채널만 갖추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결국은 마케팅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3~4년 후를 보고 투자할 것이다."

-작년까지 영업이익은 적자였는데.

"과거의 부실들을 정리한 데 따른 것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상당한 밀어내기가 있었고 시차를 두고 이것이 반품 등으로 돌아왔다.

작년은 이를 포함해서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는 기간이었다.

청바지 사업부문을 정리했고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방적사업 부문을 분사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그 이후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또 계절적 요인으로 항상 하반기 매출이 더 많아 올해는 연간 영업손익도 흑자로 전환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주가 전망은 어떻게 하나.

"가격할인 등을 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는 영업을 한 덕분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을 높게 평가해 달라.대주주와 영업네트워크,게다가 우수한 자질의 직원들이 있고 비전과 방향성이 제대로 선 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상승의 가능성 높다고 본다.

그동안 주가에 크게 신경을 못 쓴 게 사실이다.

최소한의 수익을 내고 적극적인 IR(기업설명회)에 나설 생각이었다.

이제 그 시기가 온 것 같다.

작년 말 일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IR를 실시했더니 한 외국계 투자가가 지분을 사들이며 급등했던 적이 있다.

가능성을 봤다.

주가는 수익과 브랜드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가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다."

-배당은 언제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결손금을 처리하고 나면 내년부터는 배당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본다.

패션회사,네트워크 회사가 굳이 부동산 등 자산을 많이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금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외국계 회사에서만 근무했는데.

"기업의 본질은 같은 것 아닌가.

외국계 회사의 장점도 많지만 국내 회사의 장점도 많이 보인다.

미국계 회사는 본사에 대한 보고가 엄청나게 많지만 트라이브랜즈는 그럴 일이 없다.

대주주인 대한전선에도 중요한 대규모 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후에 보고하기 때문에 마케팅,브랜드 등의 정책을 펼치기가 쉽다.

국내 업체들의 약점이라고 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 회사의 모든 칸막이를 없앨 생각이다"

글=김용준·유창재 기자 junyk@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