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호 <주미 한국상공회의소 회장·효성 미주본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 협상이 다음 달 5일 시작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이 협상 추이를 주시하는 것은 협상결과에 따라 미국에서의 한국제품 수출판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미국과의 FTA협정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금융서비스 등 개방에 취약한 분야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기회의 장으로 FTA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미국과의 FTA가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32%를 차지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미국사무소의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한·미 FTA가 필요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답변했다.

이들은 부품제조업체를 포함해 다양한 제품의 해외수출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하는 업체들이다.

FTA가 체결되면 미국이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섬유 의류 신발 등 중소기업의 주종 수출품에서 미국 시장 진출이 확연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동차 금속제품 전자장비 등 우리 주력수출품의 미국내 경쟁력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당연하며,제품과 맞물리는 법률 디자인 금융서비스의 경쟁력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는 미국에서 우리 기업이 겪고 있는 다양한 수출애로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출품에 대한 통관지연,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농산물의 심사 기간 단축 등 기업들이 미국에서 겪고 있는 애로점들이 FTA 협상에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조치의 남용 방지는 우리기업의 최우선 관심항목이다.

우리 기업들의 미국 근무직원에 대한 체류비자 발급이나 갱신,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은 FTA 협상대상은 아니지만,FTA가 지향하는 협력과 교류의 정신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한ㆍ미 FTA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산업 분야가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과 기업인들은 한ㆍ미 FTA 반대 원정 시위대가 미국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에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법에 따라 자유롭게 보장되지만,평화로운 시위만이 허용돼 경찰의 질서 유지 조치에 따르지 않는 경우 엄격한 법집행을 당하게 된다.

만일 한국에서 온 시위대가 지난 해 12월 홍콩에서 벌인 반(反) WTO 시위와 비슷한 폭력 시위를 벌인다면 불법시위로 참가자들이 체포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대외신인도 역시 심하게 훼손되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미국에서의 시위는 반한(反韓) 감정을 일으켜,우리 국민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미국에 심어 놓은 우리나라와 우리 제품들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훼손해 국민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원정시위가 미국과의 비자면제 논의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리라는 것은 당연한 우려이다.

한ㆍ미 FTA 체결로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명실공히 선두주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우리 국민 전체에게 이득이 골고루 돌아가는 협상결과가 나오기를 미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한결같이 바라고 있다.

아무쪼록 성공적인 협상타결을 기원한다.

/효성 미주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