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현재 논의 중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경제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의 정·재계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는 24일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결합하면 인구 4억27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 창출된다"며 "이렇게 되면 두 나라 모두 오늘날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경제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쉬퍼 대사는 또 "자유무역과 투자 확대는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유대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워싱턴 소재 '미·일 비즈니스 카운슬'도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일본 정부에)FTA보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경제 통합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당장 협상에 착수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관련 연구는 가능할 것"이라며 "미·일 양국 정부가 올해부터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다음 달 미국 방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총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협상 전문가들은 "일본이 농업 개방을 꺼리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미·일 간 무역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쉬퍼 대사는 이날 경제적 유대 강화와 별개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 지도자들이 전쟁 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에 대해서는 경배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일본이 아직 그같은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이 한국과 중국을 자극,동북아시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