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부동산 버블, 인플레이션이라는 '세 마리 곰'이 지난 4년간 계속된 세계 경제의 '골디락스'를 위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는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을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비유하면서 최근 미국과 이머징 마켓의 증시 불안으로 부각된 세 마리 곰이 골디락스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골디락스는 동화 속 금발머리 소녀의 이름이지만 최근에는 '고성장 속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난 4년간 물가 안정과 미국 및 이머징마켓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등으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4%대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골디락스를 누려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동화와는 달리 세 마리 곰이 현실 세계에서는 골디락스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세 마리 곰 가운데 엄마 곰에 해당하는 에너지 가격 불안은 이란과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산유국들의 정치적 불안 지속으로 더욱 위험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빠 곰에 비유되고 있는 부동산 버블은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형성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 미국은 물론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국가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 아기 곰은 인플레이션이다.

갑작스럽게 고조된 인플레 압력이 미국과 이머징마켓 증시에서 매도세를 촉발했지만 유일한 해법인 금리 인상은 기업 수익과 소비자 지출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법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WSJ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지속되고 있는 시장 혼란이 일시적인 조정이냐 아니면 경제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경고해 온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세 마리 곰이 골디락스를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세 마리 곰으로 표현된 에너지와 주택가격 불안,인플레이션이 세계 공통의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 이외의 지역,특히 경제 구조가 취약한 이머징 마켓에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