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가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던 한 주가 지났다.

이번 주 주식시장의 급격한 조정은 비록 통제 불가능한 해외발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단순히 조정폭이 컸다는 점 이상으로 주식시장의 시계를 흐려놓고 있다.

불과 1주전까지만해도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등에 힘입어 낙관적 전망이 지배하던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을 뿐 아니라, 기관의 매수여력 증가속도가 더딘 가운데 종착역을 가늠하기 힘든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로 수급에 대한 우려가 크게 증폭됐다.

◆ 유가증권시장 =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주초 1,445.20을 고점으로 1,372.29까지 5% 수직하강했다.

주 중반과 주말 한 차례씩 반등흐름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동반 긴축우려에 짓눌리며 얼어붙은 시장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내주에도 이를 돌파할 새로운 모멘텀을 국내나 국외, 시장내부나 외부에서 모두 찾아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내달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하반기 미국 경기둔화우려가 점차 짙어지면서 이달 말까지 나올 각종 거시지표동향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고 최대의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인 유가도 어느 방향으로 튈 지 가늠하기 힘든 형편이다.

수급면에서도 외국인은 이번 주에만 1조6천565억원어치를 대거 순매도, 시장을 크게 압박했다.

프로그램 매매에 상당분을 의존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투신권이 7천533억원 매수우위를 보여 눈길을 끌었지만 '시장 안정자'로는 역부족이었고 이마저도 연.기금의 4천억원대 순매도로 효과가 반감된 형편이다.

한 마디로 섣부른 저점매수나 무차별 매도로 시장의 패닉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추후 증시 안팎의 흐름을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한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이영원 애널리스트는 "4월 마지막 주 이후 외국인 매도는 환율차원의 이익실현일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 누적 매수분이 소진된 상황에서 환율의 새 균형점이 만들어진다면 급격한 추가 매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하고 "5월 증시는 종반부로 접어들어가면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국내외 거시지표나 수급의 흐름과 더불어 이번 주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지수의 기술적 흐름이다.

그동안 수 차례의 조정과정에서 굳건히 지켰졌던 코스피지수의 중기 흐름지표인 60일 이동평균선이 지난 18일 폭락세로 맥없이 무너진 데 이어 장중 지수가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120일선마저 이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증권 김재열 애널리스트는 "내주 증시는 기술적 반등 기대와 중기 조정국면 진입우려가 교차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미국의 경기지표와 외국인 매매의 영향이 커진 가운데 지수대가 낮아진 박스권에서 혼조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코스닥시장 = 이번주 코스닥시장도 해외변수 악화로 인해 거래소 시장과 함께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1천2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전주말보다 27.45포인트(4.00%) 내린 658.56으로 마감했다.

인터넷과 건설업종이 각각 7.9%, 7.1% 하락했으며 상대적으로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IT부품과 일반 전기전자업종이 강보합세를 보이며 선전했다.

테마별로는 고공행진을 이어간 플래닛82 등 나노관련 테마가 상승세를 기록했고 MS사와 PMP를 공동 개발한 레인콤의 강세로 MP3 테마도 강세를 보였으나 테마주 전체적으로는 약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경계심리 등 해외 변수와 외국인 매도공세가 여전히 시장의 관건이 되겠으나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보다는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본격적인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는 다소 이른 만큼 선별적인 투자를 권고했다.

대우증권 신민석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코스닥시장은 외국인들의 매도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며 "외국인들의 매도가 진정될 경우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는 낙폭 과대주들을 바탕으로 저점 매수 전략을 고려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영곤 애널리스트도 "다음주에는 급락에 따른 반등 시도가 가능하겠지만 낙폭 과대 우량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만이 바람직하다"며 "일단 대외여건의 안정을 확인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고미혜 기자